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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12일 열린 고베와의 대회 16강 2차전 안방 경기에서 정규 시간 2-0으로 앞서며 1·2차전 합계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경기 종료 2분 전 아사니의 득점이 나오며 8강 티켓을 따냈다. K리그 시도민 구단 최초의 8강 진출이다.
광주의 8강행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지난 5일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고베에 0-2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리그 스테이지 0-2 패배까지 합하면 2전 2패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고베와의 첫 대결 이후 “솔직히 10번 경기하면 10번 다 질 것 같다”고 실력차를 인정했다.
광주의 8강행을 위해선 최소 3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2년 연속 J1리그 우승 팀을 상대로 이미 두 차례 패했던 광주가 해내기엔 힘든 미션이었다. ‘불가능의 반대말’인 광주는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 역시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승리를 끌어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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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 구단 광주는 기업 구단에 비해 재정이 열악하다. 축구 기록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광주의 선수단 가치는 820만 유로(약 130억 원)다. ACLE 동아시아 지역 리그 스테이지에 참가한 12개 팀 중 11위다.
선수단 가치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광주는 리그 스테이지에서 4위를 차지해 16강에 올랐고 8강까지 진격했다. 오는 4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8강부터는 동서로 구분된 권역을 허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알나스르를 비롯해 유럽 축구 스타가 즐비한 중동 구단과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알힐랄은 1억 8000만 유로(약 2847억 원), 알나스르는 1억 7600만 유로(약 2784억 원)에 달하는 등 선수단 가치 차이가 크지만, 광주는 또 한 번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광주가 보여주는 정신력과 투혼은 대한민국 축구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한국 축구는 각종 논란 속에 그 빛을 잃었다.
지난해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황금 세대를 내세웠으나 졸전 끝에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는 40년 만에 본선 진출 실패라는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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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도 혼란스러웠다. 대한축구협회는 승부 조작범을 포함한 비리 축구인 사면을 시도했다가 거센 비판에 부딪혀 철회했다. 또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에서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았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축구는 계속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르며 본선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광주의 기적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대회에 다시 도전하는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국가대표 선수도 없고 고베와 전력 차도 큰 광주가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다”고 강조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축구에선 전술, 피지컬, 정신력이 강조되는데, 특히 정신력이 중요하다”며 “큰 대회의 경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멘탈을 관리해 주는 감독의 역할이 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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