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과징금’ 모호한 기준에…홍콩ELS 제재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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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과징금’ 모호한 기준에…홍콩ELS 제재 하세월

이데일리 2025-03-13 17:59: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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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심의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가 끝나고 판매관행 제도 개선방안까지 나왔지만 제재심의 절차는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에 은행권의 제재 리스크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은행, 진술서 낸 지 10개월…1차 제재조치안도 못 받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 판매 은행들에 본격적인 제재 절차를 시작하지 못했다. H지수 ELS 판매금액이 많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은 아직 1차 제재조치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금감원 검사의견서를 받은 후 아직 제재조치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4월 금감원의 검사의견서를 받은 지 2~3주 만에 의견진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의견진술서를 고려해 1차 제재조치안을 만든다. 제재조치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처벌 조항에 따라 기관·인적 제재와 과징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1차 제재조치안을 시작으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거쳐 제재를 확정한다.

은행권이 의견진술서를 낸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제재심의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금소법 상 과징금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소법 57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및 부당권유행위 금지 원칙, 금융상품 광고 준수사항 등을 위반,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서 쟁점은 ‘계약으로 얻은 수입’의 기준이 판매금액인지, 판매에 따른 수익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많은 이론이 있다. 매출액이 될 수도 있고, 수익이 될 수도 있고, 수수료 이익(순익)이 될 수도 있다”며 “한자 병기도 없어서 유사한 입법례, 관련 논의 동향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과징금 기준에 따라 은행이 내는 금액도 차이가 크다.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2조원을 불완전 판매한 은행은 이론적으로 최대 1조원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판매에 따른 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100억원 이상을 받기 어렵다.

◇금융위 과징금 TF 논의 장기화가 원인

문제는 기준을 정하는 금융위의 이른바 ‘과징금 태스크포스(TF)’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각 업권 협회와 함께 금소법상 과징금 기준을 어떻게 볼지 논의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ELS 제도개선방안 발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과징금 TF는 논의가 일시중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ELS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TF 논의를 조금 보류했다. 법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며 “법령 해석은 금융위원들의 권한이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 기준을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 기준이 모호하고, 금융당국의 해석이 늦어지면서 은행권은 제재 리스크를 안게 됐다. H지수 ELS 관련 임직원에 대한 조치, 기관 제재 등이 늦어지면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다. 과징금은 재무제표와 자본비율 산정에도 반영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일정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 제재는 리스크관리, 법무, 회계, 소비자보호 등 다양한 부서에 걸쳐 있다. 어떤 부문을 보는지에 따라 담당 임원도 다르다”며 “불완전판매라고 최종 결정이 난 것이 아녀서 임직원 인사 조치에 아직 반영을 안 한 것도 있고, 과징금과 관련해서도 운영리스크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제재를 확정한 후에야 인사·재무에 반영하고 관련해 경영 계획도 구체화할 수 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와 달리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과징금 해석이 늦어져 제재 절차가 길어진다는 점에서 은행 경영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섣부른 제재보다는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후 과징금 부과가 과도하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금융사에 타격이 크다”며 “당장 제재심의 절차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금융당국이 고심해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는 불이익 처분이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며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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