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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집회에서 어린아이를 동반해 참석한 이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대규모 집회에선 그 모습은 더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를 연단에 세우거나, 집회에 데리고 가는 것이다. 한 학생은 집회에서 강성 발언을 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자신을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밝힌 한 남학생이 “이 XX들 X재명을 구속해야 한다 X재명을 없애 버려야 한다”고 발언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학생은 4일 오후 대전 충남대 정문에서 열린 탄핵 찬성 규탄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 수 5만5000회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헌재 앞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초등학생이 연단에서 “간첩 주사파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민주주의의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교육 차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온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반(反) 교육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봉석 한국교원대 초등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의 의사표현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아이들도 집회에 나올 수는 있지만 아직은 미성숙하고 정제되지 않은 학생들이 극단적으로 치우칠 만한 환경에 노출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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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 역시 문제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반려견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사람보다 예민한 귀를 가진 만큼 집회 소음이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집회 참석자 부부는 “원래 우리랑 항상 함께 하는 강아지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일 대부분 헌재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반려견과 함께 참석한다고 했다. 이들 옆에선 부부젤라와 확성기·개인 마이크·꽹과리 등을 이용해 참석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구호를 내지르고 있었고, 경찰이 설치한 데시벨(dB) 측정기에는 한때 100dB을 웃도는 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큰 소음이 울려 퍼졌다. 대한청각학회는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수준으로 85dB을 꼽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는 공포에 가까운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려동물을 주로 진찰하는 박정윤 수의사는 “강아지의 청력은 우리(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예민하다”며 “박수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강아지들인데, 격렬한 집회 현장에서의 소음은 사람으로 치면 귀에 꽹과리를 대고 치는 정도의 수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견을 아예 집회 현장에 데려가지 않는 게 맞는 것”이라며 “짖지 않는 것도 극심한 공포에 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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