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 '기각'…98일만에 복귀

사상 초유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 '기각'…98일만에 복귀

이데일리 2025-03-13 16:46: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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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오현 백주아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서울중앙지검장·감사원장을 탄핵하려던 야당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모두 기각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5일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98일 만에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

이날 탄핵심판 4건이 한꺼번에 기각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헌재에 접수된 13건의 탄핵심판 중 8건에 대한 결론이 내려졌다. 모두 ‘기각’이다. 선고된 8건 가운데 안동완 검사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건에서는 재판관들 사이 인용·기각 의견이 갈렸으나 나머지 6건에서 재판관들은 기각 의견에 전원 일치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장 등 나머지 5건의 탄핵심판을 심리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야당이 주도한 주요 공직자 연쇄 탄핵소추가 잇달아 기각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 대통령 측이 ‘야당의 연쇄 탄핵으로 인한 국정마비’를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헌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들은 검사탄핵 사건에서 국회가 소추권을 남용했거나 부적법한 청구는 아니라고 명시하면서도 피청구인들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지는 않다고 봤다. 최 원장 사건에서도 일부 법 위반은 있으나 파면할 정도로 중대성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검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실수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또는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김건희에 대한 불기소 처분 뒤 기자회견에서 보도자료의 배포와 발언, 국정감사장에서 발언 등과 관련해 헌법상 탄핵사유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심판 대상이 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사유로 규정한다. 헌재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있는 경우에는 헌재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한다. 청구 이유 있는 경우는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헌재는 이날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김 여사의 통신 기록 등 확보를 위해 적절히 수사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검찰이 수사 재량을 남용했다는 국회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에는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볼 때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소집권한이나 소집요청권한이 없는 검사들이 수심위를 열지 않은 것 역시 재량을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13일 이 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감사원장으로서 의무 위반 △국회 자료 제출 요구 거부 중에서 일부가 법 위반이라고 판단됐다. 헌재는 독립성 훼손 혐의에 관해서 “감사원 독립성이나 감사기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관저 이동과 관련해 부실감사했단 소추 사유에 대해선 “부실감사라고 볼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최 감사원장이 감사보고서 이행과정에서 주심위원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 시행이 가능하도록 전산부서에 시스템을 변경하게 한 행위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점은 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최 감사원장이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 행위는 헌법 및 감사원법을 위반이라고 별개의견을 덧붙였다.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는 경우 감사방향에 대한 행정 개입이 증대될 수 있어 감사원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파면 결정을 정당화할 악의적인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적시했다. 최 감사원장 선고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하거나 입증하지 않아 소추 사유로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상당했다. 국회가 제기한 탄핵 소추 사유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른 주장에 불과했단 것이다.

한편 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직무에 복귀하며 “100일 가까운 기간 동안 공백을 메우느라 고생한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 감사원장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준 헌재 재판관들께 감사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에 역점을 두고 감사원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감사원으로 직무 복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통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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