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만한 지옥은 없더라" 파업으로 문 닫은 해외기업 노조원의 고해성사

"실직만한 지옥은 없더라" 파업으로 문 닫은 해외기업 노조원의 고해성사

르데스크 2025-03-13 16:35:48 신고

3줄요약

최근 국내에서 강성 노조의 쟁의 활동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노조 활동을 벌였던 전직 노조원들의 뒤늦은 후회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의 쟁의 활동까지 겹쳐 종국엔 회사 문을 닫은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회사 문을 닫게 되면서 노조원들 역시 무직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강성 노조 활동으로 회사 문을 닫거나 공장을 폐쇄한 사례로는 △호주 GM홀덴 △프랑스 오네수부아 푸조 공장 △미국 크라이슬러 등이 대표적이다.

 

연봉 6000만원 직장인➞실업자…뒤늦은 후회로 밤잠 설치는 GM홀덴 전직 노조원

 

호주의 GM홀덴은 강성 노조의 강도 높은 쟁의 활동으로 끝내 회사 문을 닫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과거 GM홀덴 노조는 기업의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에도 불구하고 3년간 임금 22%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결국 GM홀덴은 2017년 엘리자베스(Elizabeth) 공장을 폐쇄했고 2020년엔 사업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 파업을 선언하고 공장을 이탈하는 GM홀덴 노조원들의 모습. [사진=더 오스트레일리아]

 

당시 호주 여론은 GM홀덴이 호주 경제에 미쳤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노조가 GM홀덴을 살해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GM홀덴은 한 때 직원 수만 2만4000명에 달했으며 하청업체와 대리점, 인근 소상공인들까지 포함하면 GM홀덴에 생계를 의지했던 인구는 약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GM홀덴이 사업 철수를 결정한 지 5년여가 흐른 현재, 과거 GM홀덴에서 쟁의 활동에 참여했던 노조원 중 상당수는 후회와 자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GM홀덴에서 근무했던 톰슨 풀포드(Tomson Pulford) 씨는 "당시 쟁의 활동에 참여한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그때는 경영진과 관리자를 '독재자' 혹은 '잡종(mongrel)'이라 부르며 비하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참 부질없는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풀포드 씨는 GM홀덴 마지막 근무 연도인 2016년 당시 연봉 7만 호주달러(한화 약 6500만원)를 받았다. 당시 평균 소득(5만2000 호주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리공장에서 일하며 연봉 5만5000 호주달러(한화 약 5000만원)를 받고 있다. 5년이나 지났음에도 오히려 수입이 낮아진 셈이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입 하락률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풀포드 씨는 "그때는 내 연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곳에서 일해 보니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대우를 해줬는지 새삼 깨달았다"며 "회사가 사라진 후에야 실직만한 지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조차 없다.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온 몸으로 파업 등의 쟁의 활동을 막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GM홀덴 공장 폐쇄 후 활기를 잃은 마을과 버려진 차량. [사진=모나쉬 대학교]

 

프랑스 자동차 기업 푸조의 오네수부아(Aulnay-sous-Bois) 공장도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 2013년 오네수부아 공장 노조는 사측의 경영 악화로 인한 임금동결 및 구조조정 시도에 무려 두 달이나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결국 사측은 노조 반발에 못 이겨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노조원을 비롯해 비노조 근로자까지 총 8000여명이 직장을 잃게 됐다.

 

세계적으로 친노조 기류가 강한 프랑스이지만 당시 푸조 오네수부아 공장이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 프랑스 여론은 해당 사태를 '바보같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노사가 상호 간 협력했다면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특히 대내·외 악재로 회사 상황이 악화된 점을 들어 노조의 강성 행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네수부아 협력사 직원이었던 패트릭 장(Patrik Zahn) 씨는 "오네수부아 공장 폐쇄는 정부·경영진·노조 모두 책임이 있지만 특히 타협을 몰랐던 이기적 노조의 잘못이 가장 크다"며 "그들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비극적 상황은 전혀 염두하지 않았고 그 결과 우리 미래세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직한 노조는 당장의 빵이 아닌 후대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푸조 오네수부아 공장 노조의 총파업 현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 역시 강성 노조의 지속적인 쟁의 활동으로 파산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크라이슬러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는데 당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사측의 비용 절감 결정에 반발하며 오히려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크라이슬러는 인건비와 지속적인 쟁의 행위로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고 결국 2009년 뉴욕 연방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미시간, 미주리,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4개 공장이 폐쇄되면서 5000여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공장 인근 상권도 초토화됐다.

 

당시 크라이슬러 트럭공장이 위치한 미시간주 워런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안나 딕손(Anna Dixon) 씨는 "공장 폐쇄 당시 지역 분위기는 대공황과도 같았다"며 "공장 근로자가 주요 고객이었던 만큼 매출은 절반 이상 감소했고 임대 표지판이 세워진 상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다행히 공장이 부활해 돌아가고 있다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외 실패 사례 닮아가는 한국의 강성 노조 행보…전문가들 "노사는 한 몸, 협력 필요"

 

최근 일부 국내에서도 외국의 실패 사례와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각종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업 노조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갈수록 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국내 철강 산업 전체가 크게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사측이 요구를 거부하자 부분파업까지 단행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현대제철 측은 공장 폐쇄 조치에 나섰다.

 

▲ 현대제철 노조 파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방적 요구만을 고집할 경우 해외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멸(共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없다면 일자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조도 그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본인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업과 상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환경과 임금을 향상시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노조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되면서 역기능이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경기 침체 상황에선 노동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노조의 지나친 쟁위 행위가 지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조로 인해 공장이 폐쇄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지역 상권은 공장에 의지하고 있고 또 근로자들은 주요 소비자들이기에 지금같이 모두 힘든 시기에는 협력하고 상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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