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전원일치로 기각하면서 '줄 탄핵'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13일 오전 10시 재판관 전원일치로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혐의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등 4가지 사유로 탄핵심판에 넘겨졌다.
헌재는 전 전 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찰 대상에 권익위가 포함되고, 다수 제보로 감사가 시작돼 권한을 넘었거나 사퇴 목적의 감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 요청도 감사보고서에 근태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나 무고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부실 의혹 역시 “허위 사실 기재가 아니며 부실 감사로 볼 사정이 없다”며 기각 사유로 봤다.
다만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최 원장이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 점을 문제 삼아 “헌법과 감사원법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은 아니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같은 날 헌재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의 탄핵소추안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불기소 처분하며 부실 수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5일 야권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헌재는 “수사 과정과 불기소 처분, 기자회견, 국정감사 발언이 헌법상 탄핵 사유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탄핵심판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헌재는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고, 공동가공 의사나 시세조종 인식 여부를 확인하려면 문자, 메신저, 컴퓨터 기록 확보가 필요했지만 이를 위한 수사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를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한 점도 “경호상 어려움을 고려한 전례에 비춰 부당한 편의 제공이나 재량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지검장이 국정감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김 여사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코바나콘텐츠 의혹과 주가조작 의혹을 동시 수사한 상황을 고려하면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윤 대통령 출범 이후 국회가 추진한 13건의 탄핵소추안 중 결과가 나온 8건이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야당이 연속적으로 추진한 탄핵이 정부 기능을 마비하고 헌정 질서를 훼손했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탄핵소추가 기각됐다고 해서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한 것은 아니며, 이를 국가비상사태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탄핵소추된 공직자 상당수가 헌재에서 국회의 권한 남용을 주장했지만 이를 인정받은 사례는 없었다. 실제로 헌재는 검사 3인의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이 내포됐더라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직무에 복귀하며 "헌재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줬다"며 "수사팀과 함께 필요한 수사를 성실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오동운 공수처장 고발 사건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재는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선고 2, 3일 전에 선고일을 공개해 왔지만, 윤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선 아직 선고 기일이 공지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4일로 예상됐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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