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 시장, 인구·소비 흐름 변화…여성·고령층 영향력 확대

지난 설날 당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정체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이 인구 구조와 소비 성향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인구·사회구조 변화와 국내 자동차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변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및 고령층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27.6%에 달했던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은 2024년 1.3%까지 감소했다. 임 연구원은 이를 고령화, 인구 구조 변화, 경제 성장률 둔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30~40대의 총 등록대수는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아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30·40대의 인당 차량 등록대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총 등록대수 증가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의 인당 등록대수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평균 0.9%로, 8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60~80대의 총 자동차 등록대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60∼80대의 1인당 등록 대수 증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구매 성향 증가보다는 인구 증가로 인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소득 증가도 자동차 시장에 변화를 주고 있다. 2015~2024년 여성의 1인당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율은 2.8%로 남성(1.0%)보다 높았으며, 8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증가율이 남성을 앞섰다. 이에 따라 남녀 1인당 등록 대수 비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5년 32.4%에서 2024년 37.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선임연구원은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경제력이 높아지는 여성의 차량 보유 의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형차보다는 실용적인 중소형 차량 위주의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높은 생계비와 편리한 대중교통 인프라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차량 보유율과 총 등록 대수 증가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의 1인당 등록 대수는 서울에서만 감소했으며, 이는 1인 가구와 미혼 가구 비중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높은 생활비로 인해 개인의 차량 구매 성향이 위축되고 인구 유출이 발생하면서 서울의 총 등록 대수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총 등록 대수와 1인당 등록 대수 증가율은 각각 0.6%로, 전체 평균(2.3%·1.5%)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선임연구원은 “서울은 높은 생계비와 편리한 대중교통 인프라로 인해 차량 보유율과 총 등록 대수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수도권 지역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 서울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차량 보유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