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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기각…“독립성 훼손·부실·표적감사로 보기 어려워”
헌재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최 감사원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5일 야당 단독으로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안을 소추했다. 소추사유는 크게 4가지로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감사원장으로서 의무 위반 △국회 자료 제출 요구 거부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에 관해서는 최 감사원장이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및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등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위 발언의 통상적인 의미 등을 종합하면 대통령과 관계에서 독립성을 포기하고 감사를 편향적으로 시행한다는 의미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청구인의 발언이 감사원 독립성이나 감사기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정의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수사요청을 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인감찰도 모두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해당한다”며 “복무감사가 감사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사보고서 이행과정에서 전산부서에 주심위원 열람없이 감사보고서 시행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변경하게 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다면서도 “직권남용에 이른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결과 시행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고, 이를 통해 감사 결과 내용이 왜곡된 부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관저 이동과 관련해 부실감사했단 소추 사유에 대해선 “부실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감사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국회 자료 제출 거부와 회의록 열람 거부에 대해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회의는 공개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고, 현장검증 당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감사위원들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 법질서를 역행하고자 하는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미선·정정미·정계선 별개의견…尹탄핵 영향 주목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기각 결정에는 동의하면서도, 최 감사원장이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 행위 등에 대해 최 감사원장이 헌법 및 감사원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별개의견을 덧붙였다.
정정미 재판관은 별개의결에서 “심판청구가 기각돼야 한다는 결론은 법정의견과 동일하나, 피청구인이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한 행위, 국회 위원회의 현장검증 시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행위, 훈령 개정으로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 청구권을 부여한 행위는 헌법 감사원법 등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는 경우 감사방향에 대한 행정 개입이 증대될 수 있어 감사원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훈령개정으로 바꾼 것은 절차적으로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훈령개정 당시 피청구인에게 감사원 독립성을 해할 적극적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훈령개정 이후 국무총리에 의한 공익감사청구가 실제 이뤄진 바가 없는 점 등을 들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적시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하거나 입증하지 않아 소추 사유로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됐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 사유 중 감사원이 수립한 업무계획에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삼사원법 개정 및 감사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 신상을 다른 감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됐다고 주장했으나, 2022년 2023년 업무계획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다.
이태원 참사 감사와 관련해서도 국회는 최 감사원장이 2023년 연간업무계획에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허위 발언했다는 이유로 소추했으나, 사실확인 결과 실제 감사원은 감사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었다.
또 전 권익위원장 표적 감사와 관련해 피청구인이 강압적인 감사를 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주장, 서해 공무원 피격사격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의 보도자료가 군사 1급비밀에 해당한다는 주장 등에 관해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 등을 문제로 지적했단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측이 야당의 연쇄 탄핵으로 인한 국정마비를 비상계엄의 이유 중 하나로 꼽은 만큼 잇단 헌재의 탄핵 기각 판결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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