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이 개봉 20일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예상 밖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배급사 쇼박스는 공식 채널을 통해 "퇴마록이 40만 관객을 돌파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등 굵직한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해 상영되고 있지만 '퇴마록'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퇴마록'은 초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애니메이션이다.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 장르문학 역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를 30여 년 만에 스크린으로 구현했다. 원작 소설은 누적 판매 1000만 부를 기록했으며, 온라인 조회수 2억30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1990년대 장르 소설 붐을 이끌었던 '퇴마록'은 무협, 엑소시즘, 종교, 신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방대한 세계관으로 K-오컬트 시초로 불린다. 개봉 초반에는 원작을 접한 30~40대 관객층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20대 관객층까지 유입되면서 흥행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극장에서는 젊은 관객층이 자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퇴마록' 관련 게시물이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현재 국내 극장가는 OTT 대중화와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인해 관객 감소를 겪고 있다. 특히 국산 애니메이션의 경우, 극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디즈니나 픽사 등 해외 애니메이션과 달리, 한국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퇴마록'은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평일 낮에도 상영관 좌석이 절반 이상 차는 등, 최근 몇 년간 보기 드문 흥행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메가토크 행사에서는 천만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퇴마록'에 대한 극찬을 남겨 이목을 끌었다. 장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장르적 요소를 떠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이 세심하고 정성이 들어갔다"며 연출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오프닝 장면에서 '해동밀교' 의식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표현됐다"고 극찬했다. 또한 '박신부'와 '장호법'이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 장면이 '퇴마록'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사례는 2012년 이후 단 한 편, 지난해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뿐이다. 이에 따라 '퇴마록'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새로운 흥행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0만 관객을 넘어선 현재, 입소문의 힘이 더해진다면 100만 관객 돌파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형 오컬트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퇴마록'이 끝까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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