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권이 여성 인재 등용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리천장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금융지주·은행·증권사·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카드사(금융지주, 은행 2024년 말 기준·나머지 올해 2월 기준) 등, 총 99개사 가운데 28곳이 여성 등기이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살펴보면 등기이사가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된 곳은 증권사가 14개사(KB·유안타·교보·신영·IBK투자·유진투자·LS·BNK투자·DB금융투자·IM·케이프투자·골드만삭스·리딩투자·상상인증권)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은행(부산·전북·광주·수협·산업은행·케이뱅크)과 생보사(DB·농협·iM라이프·하나·KDB·흥국생명) 등이 6곳, 카드사(현대·우리카드) 2곳 순으로 나타났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99개사의 등기임원은 총 682명이었으며, 여성 등기이사는 96명으로 겨우 14%에 불과했다.
증권사의 여성 등기이사 비율이 11.1%(189명 중 21명)로 가장 낮았으며 이어 △은행 13.8%(152명 중 21명) △카드사 14.5%(55명 중 8명) △생보사 12.5%(128명 중 16명) △손보사 16.7%(66명 중 11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는 20.7%(92명 중 19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이 특정 성으로만 이사를 구성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권에서는 여성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여성 인재 개발, 직무 전문성 함양 및 여성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룹 차원의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WE(Womans Empowerment) STAR 멘토링’이다. 이는 신임 여성 부점장(멘티)의 리더십 강화와 올바른 역할 모델 확립을 위해 선배 남녀 임원들을 멘토로 배정하고 그룹을 이끌어 나갈 역량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64명의 멘토와 94명의 멘티가 약 5개월동안 지속적인 멘토링 활동을 갖는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도입한 그룹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통해 여성리더의 체계적 육성을 진행하는 등, 조직 내 다양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신한 쉬어로즈’는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리더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그룹 차원에서 시작된 금융권 최초의 여성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총 330명의 그룹 내 여성 리더를 선발해 체계적인 멘토링과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는 60여 명이 선발됐으며, ‘리더로서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역량 강화’를 프로그램의 목표로 설정하고, 직무별 연수 및 강점·전문성 강화를 위한 자기인식 프로그램 등을 신설해 보다 실질적인 역량 개발 촉진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21년,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를 출범했다. 웨이브스(WAVEs)는 Women's Actions, Voices, Emotions의 약자로 여성의 행동·목소리·감성을 통해 혁신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선발된 4기 직원 22명을 포함해 총 120명의 직원이 관련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0일 그룹 내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룹 여성 리더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했다. 임종룡 회장을 비롯해 전 그룹사 여성리더가 참석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특히 올해에만 6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 임종룡 회장 취임 당시 7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수는 18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조직 내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해 육성 프로그램 출범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은 유리천장이 완전히 깨지기 위해선 출산으로 인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문화가 확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에 비해 기대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가정에서 기대하는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 치중하는 것이다. 이는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사회경력을 중단하고 가정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은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출생 장려금 지원(1명당 최대 2000만원) △난임 의료비 지원 강화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 활성화 △육아를 위한 재채용 조건부 퇴직제도 등 임직원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탄력적인 근무 환경 및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난임 치료비 지원 및 휴직 제공 △출산 축하금 지원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장려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 대상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우리은행은 △육아·가족 돌봄 휴직제도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제도 △임신·돌봄 관련 유연근무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로 인한 인사 불이익과 함께 여성의 업무 성향도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똑같은 조건이라면 경력 단절이 없고 근속 연수가 더 긴 직원의 승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여성 직원은 비교적 부담이 덜한 예·적금 업무 또는 소비자보호 등 특정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구조적인 부분도 있지만, 여성의 업무 성향도 분명 바뀌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무금융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구조정 성차별은 없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주요업무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등 업무배치와 같은 구조적인 차별로 인한 승진차별이 만연하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 등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는 물론이고, 노사정 모두가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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