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법 개정 반대 은퇴자들에 축구팬 가세…경찰 "대응 과정서 50여명 부상"
정치권에선 '코인 홍보' 밀레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 두고 몸싸움·욕설
[부에노스아이레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정부의 연금 지급 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은퇴자들의 도심 시위가 유혈 폭력 사태로 비화했다.
축구 팬까지 가세하며 시위 규모가 커진 가운데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아르헨티나 치안부는 12일(현지시간) 의사당 주변에서의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을 때리거나 기물을 부순 혐의 등으로 100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긴축 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은퇴자 연금 지급안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과정에 노령층을 중심으로 수급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놓인 이들이 수십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사회 문제화하는 상황이다.
이날은 격렬한 응원 문화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 프로 축구팀 서포터스가 대거 동참하면서, 시위가 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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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전국 단위 노조와 은퇴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축구 팬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애초엔 일부 은퇴자들이 몇 주 전부터 일주일에 1∼2차례 거리 행진과 피케팅을 벌이며 정부의 연금 지급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당국이 이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 노인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카 후니오르스(보카 주니어스), 리베르 플라테(리버 플레이트), 인데펜디엔테, 라싱 클루브, 티그레, 라누스, 페로 카릴 오에스테 등 여러 축구 클럽팬 일부 그룹은 당국의 강경 대응을 성토하며 일찌감치 연대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실제 이날 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은 의사당 주변에 집결하며 긴장을 고조시켰고, 급기야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위대는 시설물을 부수거나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하게 항의했다. 경찰관을 향해 날카로운 물건과 돌멩이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일찌감치 도심 곳곳에 배치돼 있던 경찰관들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저지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지 TV토도노티시아스 중계 화면에는 경찰관들이 도심 거리 이곳저곳으로 도망치는 시위대를 추격하는 장면이 잡혔다.
고무 총탄을 발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르헨티나 당국은 이날 오후 5∼9시 사이에 벌어진 '소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포함한 최소 5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과 클라린은 보도했다.
또 각종 폭력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100명을 붙잡았다고 덧붙였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 장관은 성명을 내 "공공질서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며 "차량 통행을 방해하며 거리를 마비시킨 이들을 모두 찾아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간 아르헨티나 의사당 안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논의할지를 두고 여야 의원이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거나 몸싸움을 벌였다.
누군가 사람을 향해 물컵을 던지는 등 아찔한 모습도 목격됐다고 라나시온은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를 이용해 암호화폐('리브라')를 홍보했는데, 해당 밈 코인 거래가는 몇 시간 만에 90% 넘게 폭락했다.
아르헨티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이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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