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정책과 달러 헤게모니의 위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위대한 미국 재건(MAGA)”를 외치며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에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자유무역체제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무역전쟁을 촉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달러 헤게모니를 통한 미국의 경제적 특권, 즉 ‘세뇨리지(Seigniorage)’다.

달러 헤게모니란 세계 경제에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 기능하며, 미국이 이를 통해 경제적 이점을 누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달러는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필수적인 화폐로 자리 잡았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에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유지됐다.

세뇨리지란 화폐 발행국이 새로운 돈을 찍어낼 때 얻는 이익을 뜻하는데, 달러 헤게모니 아래에서 미국은 이를 글로벌 차원에서 향유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이 돈을 찍어내는 대로 전 세계가 이를 사용해야 하는 구조 덕분에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무한한 구매력을 확보한다. 이는 미국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감당하면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역적자는 달러 헤게모니가 유지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이 달러는 다시 미국 국채 매입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안보를 염두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이웃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 일본, EU까지 확대하는 관세 분쟁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고, 특히 안보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도박이 될 수 있다. 고립시켜야 할 중국은 풀어주고, 오히려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달러 중심의 무역질서를 흔들어 달러 가치 하락을 자초할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달러인데스는 2개월 전인 1월13일 110.176에서 13일 현재 103.612로 5% 이상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애초 미국이 달러 헤게모니를 지키고, 누리기 위해 만든 질서다. 글로벌 무역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달러를 발행하고, 세계가 이를 받아들이며, 미국이 소비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왔다. 

나름의 명분은 있겠지만,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우방국들마저 적으로 돌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비록 자유무역 체제가 완전한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 헤게모니가 유지되는 한 미국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가 유지되는 한, 지금까지의 무역질서가 미국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