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조도닻배노래 예능보유자 조오환 명창 인터뷰
(진도=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진도 타령의 특징은 즐거움에 있습니다.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목적이죠."
진도 조도닻배노래 예능보유자이자 진도민속문화예술단장인 조오환 명창은 망설임 없이 '즐거움'을 강조했다. 바다에서, 들에서, 집에서 일하다가 힘들 때 힘을 내서 일을 즐겁게 하려고 부르는 노동요라는 것이다.
조 명창은 "어릴 때 어머니가 집에서 일하며 혼자 하시던 타령만 해도 엿타령, 장타령, 뱀타령, 흥타령, 방구타령 등 예닐곱개가 된다"며 "나중에 제가 그 사설들을 모아 정리했다"고 말했다.
진도의 타령은 다른 지역 타령과는 소리가 다르다. 그는 "아리랑도 슬픈 소리라기보다는 신나는 소리"라며 소리의 꺾고 흔드는 게 다른 아리랑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씻김굿이나 다시래기 같은 진도의 독특한 상례놀이에 대해 그는 일곱살 때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경험부터 얘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사람들이 덩실덩실 막 춤을 춰요. 모르는 사람들은 보면 미쳤다고 하겠죠. 상갓집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니까요. 근데 노랫말을 들어보면 다 슬픈 소리들입니다. 결국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길을 위한 겁니다."
그는 "만가는 7∼8개의 소리가 있고 진도에서도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본질은 다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명창은 20대부터 다시래기, 만가, 진도북춤을 배우면서 진도 민속예술에 입문한 뒤 진도 전역을 돌며 마을민요를 채록하고 진도가락연구회, 진도북놀이보존회, 진도민속문화예술단 등 여러 단체를 설립하고 진도의 소리와 춤을 알려왔다.
닻배노래, 북놀이, 길닦음, 잡가 등 못 하는 게 없는 명창이지만 그가 가장 가슴 속에 담아둔 건 엿타령이다.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목포, 무안 등을 떠돌며 엿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온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엿장수를 했다는 그는 "유전자를 받았다"며 웃는다.
엿장수는 아니어도 타령의 유전자는 딸까지 이어졌다. 조 명창의 막내딸 유아 씨는 국립창극단의 주연배우다.
"딸이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하는 소리를 듣고 자라더니 결국 그 길을 가더라구요."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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