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는 대주주·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막고 경영 투명성 확보와 기업 내부거래를 감시하며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연 1억원 안팎의 보수를 수령하는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은 이 같은 의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
33개 안건에 모두 '찬성표'
━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살펴보면 이들은 지난해 개최된 총 25회의 정기·임시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아 안건 찬성률은 100%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면 현대차 사외이사는 총 7명(윤치원·유진 오·이상승·심달훈·이지윤·장승화·최윤희)으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이들 사외이사를 각각 ▲국제금융 전문가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 ▲거버넌스 전문가 ▲회계·재무 전문가 ▲미래기술 전문가 ▲국제통상 전문가 ▲노동법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현대차 이사회는 총 11회 열렸고 사외이사들은 100% 출석을 했지만 상정된 33개의 안건에 반대 의사를 낸 사외이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상정됐던 주요 안건은 ▲해외법인 증자 참여 ▲해외법인 지분 인수 ▲해외법인 지급 보증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 기업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지만 현대차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100%였다.
이사회에 속한 각 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감사위원회·보수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활동 역시 모두 문제없이 가결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을 거둔 글로벌 거대 완성차업체지만 사외이사의 활동내역은 감시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거수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지난해 현대차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가져간 보수 지급총액은 8억4100만원,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이다.
━
기아·모비스 사외이사도 안건 '반대 0명'
━
기아의 사외이사는 ▲한철수(공정거래 전문가) ▲조화순(미래 거버넌스 전문가) ▲이인경 전략투자·자본시장 전문가 ▲전찬혁 경영전략 전문가 ▲신재용 회계·보상 전문가 ▲신현정 기계공학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사회 주요 안건으로 올라온 ▲해외법인 증자 참여 ▲해외법인 지분 인수 등 주요 경영활동 안건에 모두 반대 없이 찬성표만 던졌다. 이사회 내 각 위원회 활동 역시 모두 가결됐다.
지난해 매출 112조5000억원, 영업이익 12조4000억원을 달성해 현대차와 쌍끌이 호실적을 거둔 기아의 사외이사 역시 1인당 평균 9000만원(보수 지급총액 4억5000만원)의 보수에 걸맞지 않은 '예스맨'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57조2370억원, 영업이익 3조735억원을 거둔 완성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는 경영 및 준법전략·재무 전문가로 구성된 5명(김대수·장영우·강진아·김화진·James Kim·Keith Witek, 임기만료 및 신규선임 포함 시 6명)의 사외이사가 7번의 이사회에 100% 참여했다.
이들은 ▲해외 계열사 출자 ▲자기주식 처분 ▲타인 자금 보충 약정 승인 등 18개의 상정 안건을 다뤘지만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사회 내 각 위원회 활동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가 지난해 받은 보수 지급총액은 5억4100만원, 1인당 평균 1억800만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이사회 안건은 충분한 사전 논의를 통해 상정되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이에 대해 찬성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순 없다"고 짚었다. 다만 강 교수는 "경영 감시와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의 사외이사 역할이 대체로 '거수기'로 퇴색된 건 사실"이라며 "기업은 다양한 비판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제반 여건 조성에 더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