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국내 이통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가 편중되지 않도록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114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이통사들은 방통위 규제를 따랐을 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가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피하려 7년간 담합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4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부과된 과징금은 각사별로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당초 과징금이 5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으나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 지도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감안해 1000억원대 과징금이 결정됐다. 이통3사는 방통위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7년 동안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그 결과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되면서 소비자가 번호이동으로 얻을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이 줄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통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일평균 3000여건에서 담합 후 200여건 이내로 줄었고 일평균 번호이동 총건수도 45% 넘게 감소했다.
공정위는 사실상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이통사들이 기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벌인 것으로 봤다.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 사가 경쟁을 했을 것이고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판매장려금 규모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통3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개별적으로 따랐을 뿐이고 담합은 없었다”며 “규제기관 간 규제 충돌로 불합리한 제재 처분이 발생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며 행정소송 방침을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단통법에 근거해 이통사들의 번호이동, 장려금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는 물론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왔다. 지난 7년간 방통위로부터 이통3사가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는 1464억원, 영업정지 제재 횟수는 32회에 달했다.
이와 같은 이통3사에 대한 조사를 두고 그동안 부처 간 엇박자도 이어졌다. 전원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방통위 측은 “이통3사의 행위는 방통위 지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통3사의 입장을 옹호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민간 분야에 대한 정부 부처의 과한 조치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결국 최대 5조5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 전망치와 달리 과징금은 1100억원대 선으로 마무리됐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통3사 간의 합의가 단말기유통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자율규제 과정에서 진행됐고 방통위의 행정지도도 어느 정도 관여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을 법원으로 넘겼다. 방통위가 단통법을 근거로 이통3사를 관리·감독해온 사안을 공정위가 담합으로 해석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이중 규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7번에 걸쳐 방통위와 실무 협의를 진행했고 전원회의에도 방통위가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며 "방통위 의견은 위원회 합의 과정에서 충실히 반영돼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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