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총선 '독립 신중' 정당 1위…트럼프 두려움 표출(종합2보)

그린란드 총선 '독립 신중' 정당 1위…트럼프 두려움 표출(종합2보)

연합뉴스 2025-03-12 19:23:35 신고

3줄요약

'경제자립 우선' 민주당, 9→30%…33세 대표 "美편입 거부"

'즉각 독립' 방향당 24.5% 2위에 민심 분열 노출…집권세력은 반토막

그린란드 총선 개표 현장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정빛나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총선에서 미국 편입을 거부하면서도 독립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군소정당이 예상 밖 1위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한 상황에서 경제자립 없는 독립이 불러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변수'가 민심을 흔든 셈이다.

◇'경제자립 먼저' 민주당, 득표율 3배 늘리며 깜짝 승리

그린란드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의 민주당(Demokraatit)이 29.9% 득표율로 1위를 차지, 전체 의회 31석 가운데 10석을 확보했다. 직전 2021년 총선에선 9.1%(3석)로 4위였다.

2위는 또 다른 야당인 방향당(Naleraq)으로, 24.5%(8석)을 득표했다. 2021년 방향당은 12.0%로 3위(4석)였다.

3, 4위는 현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이누이트 공동체당(IA), 전진당(Siumut)으로 각각 21.4%(7석), 14.7%(4석)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당의 합산 득표율은 36.1%로, 2021년 66.1%의 반토막이 됐다.

이들 두 당은 2009년 총선 이래 줄곧 번갈아 1, 2위를 기록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그린란드의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까지는 경제발전에 집중하며 덴마크와 건설적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실제로 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수도 누크에서 36.5%로 압승을 거뒀는데, 이 지역에는 덴마크 배경을 가진 유권자가 몰려 있다.

◇민주당 대표 "美 편입 거부"…연정 구성 변수

차기 총리로 유력한 33세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민주당 대표는 2021년 의회에 처음 입성한 '정치 신인급'이다. 그는 미국 편입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우리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왔다.

선거 직전 최종 TV 토론에서는 "트럼프가 발언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는 더 강경한 어조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KNR은 전했다.

그는 과반 연립정부를 꾸려 미국 편입을 분명히 거부하면서 점진적인 독립 추구를 위한 경제 발전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과반(16석)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2위 방향당과 득표율이 5.4%포인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다.

방향당은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과 달리 '즉각적 독립'을 주장한다. 이 정당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에 이용할 수 있고, 향후 4년 내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연장선에서 대미 협력에도 긍정적이다.

◇독립 열망 재확인했지만…"민심 분열 확인"

이번 총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편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가운데 치러져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1월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린란드인의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역설적으로 오랫동안 그린란드인이 주장해온 덴마크에서의 '완전한 독립' 열망이 재분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6개 정당 가운데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독립을 지지한다는 점도 이런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러나 정당별로 독립 시기와 방법을 두고는 이견이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독립 신중론을 펴온 민주당과 열렬한 독립 지지자이며 대미 협력을 주장하는 방향당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은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광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이후 1979년 덴마크 의회에 의해 자치권을 처음 획득한 데 이어 2008년 11월 주민투표, 2009년 제정된 자치정부법을 통해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이양받았다.

자치정부법에 따라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풍부한 자원에도 악천후 등 어려움으로 개발이 부진해 덴마크에서 받는 연간 5억 유로(약 7천550억원) 상당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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