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배달 앱을 쓰지도 않는데, 배달비까지 내는 셈이죠.”
쿠팡 와우 멤버십을 이용 중인 A씨는 최근 멤버십을 해지하려다 불편을 겪었다. 그는 “무료배송 혜택과 신선식품 때문에 가입했는데 와우 멤버십에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과 ‘쿠팡플레이’가 자동 포함돼 있다”면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도 않고 OTT도 안 보는데 결국 원하지 않는 서비스까지 돈을 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멤버십 요금이 부담스럽게 느껴져 해지하려 했지만 해지 과정도 까다로웠다”고 덧붙였다.
쿠팡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와 신세계 등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가격 대비 혜택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멤버십 해지 과정이 불편하거나 혜택이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쿠팡 와우와 네이버플러스, 신세계유니버스클럽 등 3개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소비자 1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용자들은 가입비에 비해 멤버십 혜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만족도는 5점 만점에 3.53점이었다. 업체별 만족도는 네이버플러스가 3.63점으로 가장 높았고 쿠팡 와우 3.60점, 신세계유니버스클럽 3.37점 순이었다. 부문별 만족도 중 제공 혜택 대비 가입비의 적절성 등을 평가한 ‘가입비’ 대한 만족도가 3.56점으로 가장 낮았다.
쿠팡 와우의 월 회비는 7890원, 네이버플러스는 월 4900원(연 4만6800원),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연 3만원이다. 다만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연회비를 포인트 등으로 전액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실제 이용자 절반 이상이 가입비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인식했다. 조사 대상 소비자의 52.7%는 유료 멤버십 혜택이 ‘가입비에 미치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가입비와 동일하다'는 응답은 23.4%, ‘가입비보다 많다'는 응답은 23.9%였다.
이용자의 19.3%는 멤버십 이용 중 불만·피해를 경험했다. 유형별로는 ‘혜택 조건 충족의 어려움’이 51.0%로 가장 많았고 ‘광고와 혜택 불일치’(47.9%), ‘혜택 조건 이해의 어려움’(44.1%) 등 순이었다.
이용자들은 혜택 부족뿐만 아니라 해지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쿠팡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려면 ‘해지하기’ 버튼을 4번 눌러야 한다. 처음 해지하기 버튼을 누르면 즉시 해지되지 않고 추가 안내 화면이 뜬다.
추가 안내 화면에서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누르면 해지하는 이유를 선택하는 창이 나온다. 이유를 선택한 후 ‘해지하기’ 버튼을 한 번 더 누르고, 마지막 단계에서 ‘즉시 해지하기’ 버튼을 눌러야 최종적으로 해지가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버튼을 누르면 다시 처음 단계부터 진행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다크 패턴’(눈속임 상술)으로 불린다. 사용자가 의도한 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은 클릭 한 번에 되는데 해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불합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네이버,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이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소비자의 중도 해지를 막았다는 의혹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쿠팡은 멤버십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다크패턴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제재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유료 멤버십 운영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가 보다 쉽게 혜택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멤버십 가입 시 혜택을 강조하는 반면 해지 절차나 불이익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가 실제로 혜택을 얼마나 체감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해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자가 원치 않는 서비스까지 포함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유료 멤버십이 기업의 충성고객 확보 수단을 넘어 소비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평소 온라인쇼핑 패턴과 각 멤버십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비교해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커머스 업체에는 소비자가 멤버십 혜택을 더 잘 체감할 수 있도록 멤버십 상품을 다양화하고 복잡한 혜택 조건을 간소화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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