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시대 나온 규제가 AI 플랫폼 경쟁 저해…규제혁신 필요”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청사진은 아름답지만 전략은 부재하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12일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한국 정부의 AI전략 현주소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국의 딥시크 공습, AI(인공지능) 패권 경쟁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 정책토론회에서 한국 AI 전략의 현주소를 이같이 평가했다.

강 교수는 한국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플랫폼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플랫폼 기업들이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 구조는 AI의 플랫폼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앱스토어, 운영체제, 클라우드 등 핵심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AI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메타 정보 앱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앱스토어, 파운데이션모델, 클라우드 등 핵심 플랫폼 분야는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해외 플랫폼에 의존할 경우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AI 시대의 데이터는 석유와 같은 핵심 자원이며, 플랫폼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유전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을 시장에만 맡길 경우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AI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규제 문제를 지적했다.

강 교수는 ”예를 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방식은 과거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비롯됐는데 이 규제가 플랫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해외플랫폼에는 세금도 못 걷는데, 규제는 제대로 되지 않을거다. 국내 플랫폼만 규제에 묶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 진출을 언급하며 이는 단순 유통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데이터·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경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신세계그룹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와 협력을 발표했는데 이는 G마켓이 플랫폼 전략을 포기하고 G마켓에 투항하는 것“이라며 한국 플랫폼 전략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국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플랫폼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AI 생태계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카카오톡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빠른 플랫폼 구축과 사용자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부족하더라도 빨리 AI 앱 스토어를 만들고, 국민들이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게 만들어 데이터를 축적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여야 공동단체 ‘유니콘팜’이 주최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환영사에서 “한국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말이 많지만 희망이 있다”며 “플랫폼?제조업?에너지정책을 AI를 활용해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민주당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