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외국인보호소 수용 기간을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최근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인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반할뿐더러 인권침해 우려가 여전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74명 중 찬성 268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 통과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외국인보호소에 사실상 무기한 수용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주요 위헌 사유로 △이주 구금에 대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사법적 심사 절차의 부재 △무기한 구금 가능성 △구금 과정에서의 절차적 권리 보장의 미비 등을 꼽았다.
이번에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은 3개월마다 외국인보호소 수용 기한을 연장하되 9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만일 난민신청·소송 중이라면 20개월까지 기간이 연장되며 ‘재보호’(재구금)도 할 수 있게 된다. 통제절차는 독립된 기관이 아닌 법무부 내부에 설치되는 ‘외국인보호위원회’가 관리한다.
이를 두고 이주·시민단체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개정을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반한다며 반발에 나섰다.
특히 구금 기간을 최대 20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핵심 사유 중 하나인 ‘난민 신청’과 관련해 난민 신청자를 구금한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법인 난민협약, 자유권규약, 고문방지협약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전날 성명을 내고 “출국을 위한 대기 시설에 불과한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그러한 목적상 필요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장기 구금을 가능하게 했다”며 “더욱이 ‘난민 신청’을 구금 상한을 가중하는 사유로 삼은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해 구금 적법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독립적 심사와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사실상 법무부의 기존 재량적 행정을 추인하는 내부 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민변은 이 같은 정부안이 마련되기 전 법원의 심사, 구금 요건 규정 신설, 구금 기간 상한 100일 설정 등 시민사회의 오랜 논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제출됐음에도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이 법안의 내용과 근거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법무부는 즉시 혐오에 기반한 선동을 멈춰야 하며 국회와 정부는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이주구금제도를 마련해 우리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도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슬러 대한민국은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도 없이 장기간 함부로 가둘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가지게 됐다”며 “법무부와 국회를 규탄하며 헌법이 작동하지 않은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출입국관리법 개정에 이주민 인권을 우선시할 것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2575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는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영장도 없는 20개월 상한 구금’과 법무부 내부 ‘외국인보호위원회’ 설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인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네트워크는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원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지속 촉구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구금기간을 10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구금 결정과 연장은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외국인에게 직접 적용되는 법률의 개정 과정에 국내체류 외국인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었다.
국회 통과 당일 해당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은 물론 일부 진보정당도 찬성표를 던졌다. 진보당 윤종오·정혜경·전종덕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주민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민의힘 김선교·박대출·박충권 의원은 기권표를 냈다. 유일하게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만 반대를 표명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해당 개정안이 헌재의 결정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 등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표결에 임했다”며 “저희의 잘못된 판단이 이주구금제도 개선에 애써온 많은 분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 죄송하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진보당 측은 지금이라도 부족한 점을 채워 잘못된 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의 김대권 활동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들의 국내 체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법률임에도 개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위한 충분한 안내와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법안으로, 국회의원들조차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법안을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동 구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별도의 법안이 발의된 만큼 반드시 이번 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며 “법무부의 시행령에서도 외국인보호위원회 명단 비공개 조항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음으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일부 정당이 정부 안대로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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