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문순 전 지사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도에 1천840억원 손실"
시민단체 "책임 회피와 변명 일관하는 김진태 지사도 재정 혼란 초래"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기자 = '레고랜드 테마파크(춘천 하중도 관광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이 사업을 추진하다 파산 위기에 놓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중개공)를 대신해 강원도가 갚아준 혈세 2천50억원의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29일 오후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춘천지검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29 conanys@yna.co.kr
12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업무상 배임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등 2명을 기소한 검찰은 영국 멀린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강원도의회 의결없이 대출금 한도액을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늘려 결과적으로 1천84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떠안은 중개공의 빚 2천50억원은 이후 민선 8기 김진태 도정으로 넘어간 뒤 강원도가 대신 혈세로 갚았지만, 중개공이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대위변제금 2천50억원은 결국 회수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현 도정은 공중에서 사라진 혈세 2천50억원의 근본적인 책임은 최문순 도정이 지난 13년간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 검찰 공소장에 뭐가 담겼나…"무리한 사업 13년간 추진, 도에 손해 끼쳐"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의 추진 과정 전반을 수사한 검찰은 최 전 지사가 무리한 사업 추진을 통해 도에 손실을 끼쳤다는 취지의 혐의를 31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에 담았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관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전 지사는 2014년 11월 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영국 멀린사 등이 해당 사업 기공식에 불참할 것을 우려해 대출금 한도액을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 등은 도에 손해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업무상 임무를 위배함으로써 중개공의 전신인 엘엘개발에 1천840억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이후 중개공의 채무 2천50억원을 2022년 12월 12일 도가 대신 갚아 1천840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도에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도가 엘엘개발에 추가 지원을 실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2018년 도의회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동의를 얻은 후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중개공이 영국 멀린사에 800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중개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공소장에 담겼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당시 고위 공무원 A씨는 이 과정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011년 4월 보궐선거 당선 이후 시작된 최 전 지사의 무리한 사업 추진 과정과 도의회 동의 없는 총괄개발협약(MDA) 추진 시도, MDA 체결과 그로 말미암아 도에 끼친 손해 등 3가지 혐의로 나눠 공소장에 담았다.
이와 관련 최 전 지사는 검찰 소환조사 당시 취재진에 "도민의 이익을 위해서 투자를 한 것"이라며 배임죄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춘천지법 제2형사부에 배당됐으며, 최 전 지사 측은 법무법인의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과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2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춘천지검이 최문순 전 도지사의 업무상 배임·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사건과 관련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2024.11.12 jlee@yna.co.kr
◇ 레고랜드 사태 책임 소재 둘러싼 장외 설전도 치열
레고랜드 사태의 책임소재를 둘러싼 '장외 설전'도 끊이질 않고 있다.
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다 파산 위기에 놓인 중개공을 강원개발공사(GD·강개공)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레고랜드 사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도의회의 올해 첫 도정질문 첫날 박기영(춘천3·국민의힘) 의원은 "중개공과 강개공 간 통합 논의에 앞서 중개공 부실의 결정적 이유인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를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확대, 불공정 계약인 MDA 체결, 멀린사에 800억원 송금 지시 또는 승인, 컨벤션 부지 105억 염가 매도 후 477억원 고가 재매입 등 최 전 지사 재임 당시 이뤄진 결정을 "레고랜드 사태의 결정적인 4가지 장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는 수많은 반대 목소리에도 무리하게 강행했던 잘못된 결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민을 괴롭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쁜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재웅(춘천5·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도정질문에서 "2022년 김진태 지사의 중개공 기업회생 신청 계획 발언 파문으로 중개공이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천50억원을 강원도가 대위변제를 진행하게 됐다"며 "김 지사의 발언이 중개공의 중도 개발사업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전까지 중도 개발 부지 대부분을 매각했으나 김 지사의 발언 파문 이후 계약 해지가 가속했고, 이 과정에서 소송 패소 등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김 지사의 책임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정광열 경제부지사는 "중개공의 위기는 채권 문제가 아닌, 계약 조건에 건폐율 상향 등 도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포함돼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촬영 이재현]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12일 논평을 내고 "김진태 지사는 최근 도정질문에서 레고랜드 사태의 책임을 부인하며 '빚을 제가 졌습니까? 레고랜드 제가 했습니까?'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김 지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도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도지사의 체통을 내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 전 지사의 위법 행위가 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는 그의 개인적 죄에 대한 처벌일 뿐 지난 10년간 도의 행정절차와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며 "전·현직 지사들의 이러한 행동은 도의 미래를 위협하고 도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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