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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의 일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치러져 그린란드 역사상 가장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구 5만6000명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총선 개표 결과 덴마크에서 경제성장을 우선하며 점진적인 독립을 추진하는 중도 우파 성향의 민주당(데모크라아티트)은 29.9%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9.1%) 대비 3배 이상 지지율이 상승하는 ‘깜짝 승리’를 거뒀다.
미국과 방위협정을 모색하고 덴마크로부터 신속한 독립을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방향당(날레라크)은 24.5%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좌파 성향의 인민당(이누이트 아타카티기트)과 중도 좌파 성향의 전진당(시우무트)은 각각 19.2%, 16.2% 득표율에 그쳤다. 총 36.1% 득표로 2021년(66.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4만여 명의 유권자가 총 31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그린란드 총선에선 6개 정당 213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 결과 야당이 승리했지만, 그린란드 정치 구조상 과반(16석 이상)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정 협상이 필수적이다.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이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결과에 따라 총리가 확정될 전망이다.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1979년 자치권을 부여받았으며, 외교와 안보, 통화 등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덴마크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그린란드는 2009년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획득했지만, 덴마크로부터 연간 10억 달러 규모 지원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 탓에 복지 서비스(무상 의료·교육 등)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우세하다.
그린란드 6개 주요 정당 사이에서 독립 시점과 추진 방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큰 옌스 프레데릭 닐센 민주당 대표는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복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를 키우길 원한다”며 독립보다는 경제 성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전략적 군사 요충지로서 미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이후 그린란드를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지역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미국의 직접 개입을 강하게 거부했으며, 덴마크 정부도 “그린란드의 미래는 주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린란드 주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지난 1월 덴마크·그린란드 언론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의 85%가 미국 병합을 원하지 않으며, 절반가량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란드에선 덴마크의 경제 지원과 미국의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린란드는 미국과의 군사 및 경제 협력에는 열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 북서부에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린란드 측도 희토류 채굴, 관광 산업 확대, 외교적 협력 강화 등 경제적 협력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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