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임상결과 신뢰성 훼손 우려 목소리↑
국내 피부임상시험센터의 동일인∙다중임상시험 보도(25.02.25 기사 동일인 대상 여러 제품 동시 임상 만연한 ‘피부임상센터’ 참조) 이후 이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면서 피부임상시험센터의 도를 넘어선 실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피부임상시험에 참가한 피험자라고 밝힌 제보자는 국내 피부임상시험센터의 실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험자에게 3~4개 서류 동시 서명받아
제보자에 따르면 임상센터는 하루에 여러 제품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피험자에게 3~4개 서류에 함께 동의서를 작성하게 한 다음 양 볼, 좌·우측 전박부에 각각 다른 제품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했다.
심지어 한 피부임상센터에서는 좌·우측 전박부에 시험을 진행한 뒤 시료를 지우게 하고 다른 제품을 다시 우측 전박부에 시험했다. 제보자는 “시료 적용을 위해 전박부에 네임펜으로 표시하는데 이를 세정제와 알코올로 매우 세게 지운 뒤 바로 재시험을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한 부위에 여러 제품을 동시에 임상시험할 경우 실제로 어느 제품의 효능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임상시험 시 일정기간이 지난 후 다른 제품의 임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의약품과 화장품은 임상시험제품에 따라 서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동시에 두 가지 제품의 동시 임상시험은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결과 조작…처벌대상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임상시험 후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피험자를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시험결과를 조작한 행위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국내 피부임상센터인 H연구원와 P센터는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쿠션) 지속력시험에서 자연적으로 지워지는 경우 피험자를 탈락시켰다. 이 피험자는 “센터 직원들이 이 경우 피험비 없이 탈락일 수 있다”며 “테스트 전에도 고지하고 테스트과정에서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비비크림이나 쿠션파운데이션 지속력시험에서 피험자 모집 주의사항에 ‘제품이 많이 지워질 경우 교통비 지급 없이 탈락’이라고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창훈 교수는 “자연적으로 지워졌다고 해서 피험자를 아예 탈락시킨다면 결과분석과정에서 심각한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때 탈락시킨 사례는 계수에 포함되지 않아 지속력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락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그 통계는 믿을 수 없게 되며 처음 배정된 피험자의 중단이유를 파악해 평가에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H연구원은 다른 시험에서 피험자에게 ‘첫 방문보다 얼굴이 탈 경우 탈락될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허창훈 교수는 “피험자의 행위와 무관하게 결과만으로 탈락시켰다면 시험결과 조작이 목적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험결과가 좋은 지표로 나올 때까지 재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H연구원 임상시험에 참가한 피험자는 “제품의 쿨링효과시험에서 시료 적용 후(제품을 바른 다음)에도 얼굴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자 피험자에게 찬 바람이 부는 곳에 있게 한 다음 재촬영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세정제시험에 참여했던 피험자는 “화장품 세정효과테스트에서 세정이 잘 안 되자 3번 정도 추가 세정해 완전히 지워진 다음 재촬영했다”고 고백했다.
허창훈 교수는 “임상시험을 할 때는 원칙적으로 촬영과 측정방법을 기재한 다음 이에 따라 진행해야 하며 결과값을 좋게 하기 위해 임의로 줄이거나 추가할 수 없다”며 “만일 의도를 갖고 시험결과를 낸다면 결과를 조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피부임상시험센터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시료 적용 이후 설문조사 시 설문값을 좋게 입력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밝혔다. 즉 현재 국내 임상센터가 시험결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법무법인 문장 임원택 변호사는 “피부임상센터가 의뢰업체에서 시험성적을 조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결과를 조작했다면 화장품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위반과 사기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또 만일 피부임상센터가 의뢰업체 몰래 시험결과를 조작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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