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30일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회동이 파행으로 마무리된 지 11일 만이다.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경우 종전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제 사회의 시선은 러시아에게 향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가 수일 내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으로 알려져 종전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 노딜' 후 11일 만에 휴전안 합의.. 美, 우크라 군사지원 재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상 미국),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상 우크라이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을 러시아에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28일 설전 끝에 파행으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11일 만에 이뤄졌다. 이날 양국 합의로 그간 중단됐던 미국의 군사지원도 재개된다. 또, 지난번 '노딜'로 끝난 광물협정 체결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양국은 "협상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보를 제공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런 구체적 제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파트너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가 11일 또는 12일 만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도 동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하는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로 알려졌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3시간 동안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러시아에 구금됐던 미국인 석방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는 11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을 만난 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해 카타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어 12일 칼리드 빈 칼리파 빈 압둘 아지즈 알타니 카타르 총리를 접견하고, 13일 러시아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 결과가 나온 후 '30일 휴전안'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환영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며 "우리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황 유리한 러시아, 단기 휴전에 부정적.. 미국 인센티브가 관건
이제 공은 러시아에게 넘어갔다.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을 수용할 경우 휴전 기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 하에 개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처리 문제, 러시아의 재침공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장 방안 등을 놓고 종전 협상의 절차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단기 휴전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전황은 러시아에게 전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며 우크라이나에게 빼앗긴 쿠르스크 지역도 완전 수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날에도 쿠르스크 12개 정착지를 탈환해 낸 만큼,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임시 휴전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 안보지원을 놓고 분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러시아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럽의 분열이 더 심화될 때까지 전쟁이 지속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국제 연합이 분열되고 있다는 푸틴의 확신이 커졌다"며 "푸틴은 당연히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도 서방 안보 관리들을 인용해 "푸틴이 오랫동안 형성해 온 강경 노선에서 물러설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미국의 인센티브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예를들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전쟁 전까지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해 안정적인 경제적 이득을 거둬왔지만 전쟁 후에는 중국 외에는 마땅한 판매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제재를 완화한다면 러시아는 다시 안정적인 외화 벌이가 가능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시점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협상 태도에 따라 경제적 제재 완화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경제 협력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최근 러시아가 희귀 광물 매장량이 풍부하며, 미국과의 협력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역시 미국과 광물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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