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미국발 관세 전쟁의 타깃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며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해 국내 자동차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자동차 관세 적용을 한 달간 유예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명확한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수출 전략을 조정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입장 번복으로 인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총 707억8900만달러(약 102조8200억원)로, 이 중 미국 수출이 347억4400만달러(약 50조 4700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절반(49.1%) 가까이 차지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며,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자동차 수출국 순위에서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완성차 업계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관세율이 10%만 적용돼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서 자동차 부품은 일단 유예됐지만, 향후 상품별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따라 구체적인 관세율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와 달리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은 중소기업의 생산 비중이 높아, 이번 관세가 부과될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지고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관세 부과 여부와 그 영향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관세 정책이 바뀌고 있어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수출 전략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실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기 행정부 당시 물가 상승과 기업 반발로 상당 부분 철회된 만큼 이번에도 협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은 협상 주체가 부족해 대응력이 약한 만큼, 산학연이 협력해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 기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관세 부과 자체보다는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한국은 협상 주체가 부재해 대응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산학연이 협력해 신중한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이 원하고 있는 선박, 군함, 전투기 창정비 등 다양한 강점을 활용한 패키지 딜을 추진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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