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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 가계의 평균 신용카드 부채가 1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불안한 경제심리와 맞물리며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비자 금융정보사이트인 월랫허브가 집계한 데이터를 인용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떠오르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한계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미국 가계의 재정 상태는 전반적으로 건전한 편이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가계의 부채 상환부담은 가처분 소득의 약 11% 수준으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15%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만으로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미래에 가질 것으로 예상하는 돈을 기반으로 소비 결정을 내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2월 실시한 소비자 설문 조사는 응답자들은 향후 3개월 내 최소 한 건의 필수 부채상환을 하지 못할 확률이 평균 14.6%로 응답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사람들이 대출이 모두 상환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어떤 부채를 먼저 갚아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때 신용카드 대출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최근 소비자들의 부채상환 행태를 분석한 결과, 모기지 부채가 다른 부채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소득 15만달러(2억 1814만원)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의 연체율 증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유심히 볼 징조다. 미국 3대 신용평가사가 공동개발한 신용평가 시스템인 밴티지스코어에 따르면 이들 고소득자의 60~89일 연체율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약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이들의 연체율은 여전히 다른 소득 계층보다 훨씬 낮아 전체 대출 잔액의 0.16%에 불과하다. 다만 증가속도는 중산층 및 저소득 소비자들의 연체율 상승을 훨씬 능가한다.
리카르드 반데보 밴티지스코어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고소득 소비자들에게서 신용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 있다”며 특히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대규모 투자 포트폴리오같은 금융적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고소득층에서 이러한 스트레스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에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지출과 실질 소득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WSJ는 “고소득자 소비자들은 흔히들 생각하는 부유층은 아니지만 소득 중 필수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선택적 소비에 더 많은 돈을 할당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곧 저축을 늘릴 여지가 많다는 뜻이며 이들이 경제 전반에서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저했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며 주요 소비자 대출기관 및 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캐피털 원 파이낸셜, 디스커버 파이낸셜, 그리고 싱크로니 파이낸셜 주가는 올 들어 12%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4.5% 하락에 비해 훨씬 더 큰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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