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공화당 내 반대파를 직접 설득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개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 상원에서도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실제로 최종 통과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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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강력한 압박, 공화당 내 분열 극복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연방 정부 임시예산안(CR)을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가결했다.
공화당에서는 토마스 매시(켄터키)를 제외한 전원이 찬성했으며, 민주당에서는 단 한 명 이탈표가 나와 자레드 골든(메인) 의원만이 예산안을 지지했다.
공화당은 2022년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이후 줄곧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내부 이견을 조정하며 단독 처리를 이뤄냈다. 이날 예산안이 통과되자 공화당 의원들은 하원 본회의장에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특히 반대해온 하원 내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 에릭 벌리슨(미주리) 의원은 “원래 이 법안을 지지할 생각이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 때문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렉 스투비(플로리다) 의원도 “CR에 찬성한 적이 없지만, 민주당이 정부 셧다운의 책임을 공화당과 대통령에게 돌릴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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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통과를 위해 하원의원들에게 직접 압박을 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지난주엔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고, 표결 당일에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셧다운을 피해야만 트럼프의 입법 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토마스 매시(켄터키) 의원은 끝까지 반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를 반드시 경선에서 내쫓겠다”며 매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매시 의원은 “트럼프가 나를 캐나다와 함께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결국 굴복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캐나다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자신은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 역시 트럼프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법안 처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제 이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갔다”며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 운영을 계속할지, 셧다운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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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증액, 비국방 지출 삭감…상원 통과 미지수
이번 예산안은 공화당이 추진한 지출 삭감안을 반영해 비국방 예산을 130억 달러 줄이고,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의 요구를 반영해 국방 예산은 80억 달러 증액했다. 또 재향군인을 위한 의료 지원 예산이 60억 달러 추가됐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 추방 업무 지원을 위해 약 10억 달러가 배정됐다.
랜디 핀스트라(아이오와) 공화당 의원은 “이번 법안은 군인 급여를 보장하고 국경 순찰대를 완전한 상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며 “트럼프 감세 정책 연장과 기타 보수 정책을 추진할 시간을 벌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회의 예산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으나 다수 의원들은 최종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랄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나는 CR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예산안은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예산안이 워싱턴 D.C. 공공 변호사 지원, 국제 평화유지 활동, 정신 건강 및 약물 중독 치료, 직업 훈련 프로그램, 국립보건원(NIH) 연구 등의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는 “우리 당은 이 예산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예산안이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이미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차단)를 피해 상원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려면 60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소 8명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친민주당 무소속 2명 포함)이다.
이번 예산안은 2024 회계연도 CR으로 오는 14일까지 상원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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