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견고하게 이어진 미국-캐나다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전쟁으로 인해 삐걱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정유업계가 절호의 기회를 얻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두바이유보다 10~20% 싼 가격을 자랑했지만, 그동안 한국 정유사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유명했으나 하루 생산량의 81%가 미국으로만 수출되었기에 한국이 끼어들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10% 추가 관세에 한국 정유사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 정부 측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80%에 달하는 원유의 수출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값싼 캐나다 원유를 국내에 들여올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난 10일 SK에너지는 현 정유시설에 캐나다산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지 검증 작업을 마무리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자체 검증 결과 캐나다산 원유는 두바이 원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곧바로 도입할 수 있다"라며 "현재 수입 관련 논의를 원유 기업들과 검토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소식을 알렸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에서도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캐나다 원유 30만 배럴을 시범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캐나다 원유 가격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5~6달러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오일뱅크도 마찬가지로 시장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이처럼 캐나다산 원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 때문이다.
캐나다산 원유,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아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캐나다산 원유(WCS)의 경우 배럴당 54.01달러였는데 이는 71.09달러인 두바이유보다 무려 24.0% 저렴한 수준이다. 심지어 66.69달러인 서부텍사스원유(WTI)보다도 19.0% 더 싸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기에 추가적인 관세도 없다. 국내 정유사의 마진 구조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 제품으로 팔기 때문에 배럴당 1~2달러만 싸더라도 영업이익이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되면 최대 10% 추가 이익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캐나다산 원유는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인 중(重)질유다. 이미 정제설비가 중질유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 캐나다산 원유를 들여올 경우 추가적인 설비 교체비가 없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관세 전쟁을 시작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10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송전하는 전기요금에 25% 추가 할증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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