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막대한 차입 부담을 안긴 채 적극적인 경영개선 노력 없이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오는 5월에는 납품대금 정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 지급을 한두 달 연기하고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는 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2021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회계연도 기준 영업손실은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에 각각 달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가결산 기준) 매출은 5조3000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이 1571억원으로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면서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것이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 금액은 6조원이었다.
6조원 중 3조1000억원(홈플러스 기존 차입금 중 상환액 2000억원 포함)을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고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끌어들였다. 나머지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인수 대금 절반 이상을 차입으로 조달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MBK는 대형마트가 유통업의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인수를 단행했지만 이후 금리 인상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판단은 오판으로 드러났다.
MBK는 차입금 이자 부담이 커지자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의 빚을 상환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영업을 종료했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에 달하며 이 중 14개 점포는 완전히 폐점했다. 폐점한 점포에는 매출 상위권이던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도 포함됐다.
MBK가 홈플러스를 운영한 기간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감소했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를 매각하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면서 임대비용 부담도 추가됐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영업이익을 차입금 이자로 충당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가 부담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
MBK가 홈플러스 납품 대금이나 이자 상환에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실한 정산이나 자구 노력 없이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됐고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고 있다"며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 MBK에 의해 홈플러스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죽이는 그 어떤 구조조정의 시도도 해선 안 된다. 최고 부자인 김병주 MBK 회장은 양심이 있으면 자산을 출원해서라도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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