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심의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최대 5조원대 과징금이 걸려있는 만큼 정부 부처와 이통사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통신3사의 담합 의혹에 대한 두 차례 전원회의를 가진 데 이어 최종 제재 방안을 12일 확정한다. 최대 과징금은 5조원으로 이통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지난해 3조5000억원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통신 3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 수준을 담합해 가입자 수를 조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통신 3사는 매일 영업 끝난 뒤에 신규 가입자 수, 번호이동 가입자 수 등 내부 정보를 공유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 사가 경쟁을 했을 것이고,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판매장려금 규모가 더 늘어나는 등 소비자 후생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판매점에 대한 장려금 가이드라인과 번호이동 조정을 위한 상황반 운영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통위 정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3사에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지급하도록 행정지도했다. 지난해는 '공정위의 이통3사 담합조사 관련 설명자료'를 내놓고, 공정위가 제기하는 이통사 담합 의혹은 단통법을 준수한 행위라며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상황반을 운영했던 것 등은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행정지시 아래 진행된 것"이라며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되면 신사업인 인공지능(AI) 뿐만 아니라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라고 우려했다.
행정지시를 내렸던 방통위 입장에서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복귀한 후 처음 출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했던 통신사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단죄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공정위에서는 기업들이 담합한 게 아닌가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그 법에 따라 준수해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통신사들에게 상황반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라고 지시한 것과 별개로 공정위는 단순한 행정지도와 담합 의혹은 달리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통신 3사의 행위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통법과 공정거래법 사이의 관계, 그리고 행정지도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도 사건의 핵심이다. 단통법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정된 특별법이지만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으로서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반대로 특정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특별법이 있을 경우, 전문 규제기관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일례로 공정위는 2022년 해운사들의 운임 및 항로 조정에 대해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해운법과 해수부 감독하에 이루어진 행위로 해수부의 규제권한이 우선이라고 공정위에 패소판결했다.
이통사들은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따랐으나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곤란해졌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조 단위 과징금이 현실화하면 통신업계 반발은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과징금이 당초 예상액수보다 크게 줄어들더라도 통신사들이 위법한 담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양측 소송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의 주장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법원이 단통법 특수성과 방통위원장 규제권한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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