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납기만 생각하는데"…주 52시간에 막힌 반도체 기업들(재종합)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늘 납기만 생각하는데"…주 52시간에 막힌 반도체 기업들(재종합)

이데일리 2025-03-11 14:56:05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형욱 김정남 기자]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직군에 대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제도 활용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 거대 야권의 반대로 반도체특별법 내 주 52시간제 예외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차선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나마 도움을 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덕근 “기술전쟁은 결국 시간싸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경기 성남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장관은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정부·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R&D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한 규정 완화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권이 노동계 반발 등으로 반대하면서 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이날 간담회에 나온 기업 인사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은 “늘 납기를 고려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규제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안태혁 원익IPS 대표이사는 “반도체는 속도가 핵심이어서 특정 시기가 필요하다면 6개월 정도는 노사가 합의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했고,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 개발자들은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를 통해 일을 하지 않으면 개발 속도가 느려져 비행기를 탈 때마다 와이파이가 되는 비행기만 탄다”고 했다. 특히 세계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중요성이 더 커진 반도체 관련 지원에 혈안인데, 우리만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가 있느냐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특히 인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이 주 52시간제 예외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차선책으로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정부 차원의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선이라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김문수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반도체를 위한 정부의 시급한 지원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반도체 R&D 특성에 맞게 더 보완해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 개선 추진, 임시방편”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이미 고용부 인가를 전제로 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에 12시간을 더한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보편적이고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특별연장근로는 노사간 합의와 불가피한 사유, 고용부 사전 승인 등을 전제한 제도”라며 “이 제도를 잘 활용했다면 주 52시간제 예외 도입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지난 2021년 기준 총 6477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으나, R&D 분야는 14건에 그쳤다.

민주당 역시 특별연장근로 활용 확대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불필요한 근거로 특별연장근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일단 서둘러 관련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요건에 반도체업계 연구직을 명시하거나, 사전 신고 원칙을 사후 신고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인가 사유에도 R&D는 들어 있으나 그 분야는 소재·부품·장비로 제한돼 있다.

다만 경영계의 반응은 다소 뜨뜻미지근하다. 특별연장근로를 손보는 게 마냥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개선될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규제 하에 있다는 점은 같다”며 “왜 업무량이 갑자기 증가했는지, 왜 꼭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증명을 서류로 해야 하는 점이 사라지지는 않을 텐데, 그럴 경우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연장근로 관리를 현재 주 단위에서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바꾸는 안까지는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근로 관리 단위 변경은 민주당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