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산문집 '깨끗한 거절은…'·심재휘 시집 '두부와 달걀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봄비를 좋아하십니까 = 용혜원 지음.
"겨우내 추위에 떨며 입술이 메말랐던 / 땅을 푸근하게 적셔 주는 봄비를 좋아하십니까" (시 '봄비를 좋아하십니까' 에서)
시인 용혜원(73)의 100번째 시집이다. 용혜원은 1986년 첫 시집 '한 그루의 나무를 아무도 숲이라 하지 않는다'를 발표한 이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에세이, 시선집 등을 포함하면 200권 넘는 저서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따뜻하고 정다운 시선으로 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담은 시 239편이 수록됐다. 아울러 100번째를 기념해 시인의 연보를 함께 실었다.
책이있는마을. 320쪽.
▲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 = 정끝별 지음.
"따뜻하되 냉정하고 부드럽되 단호한 거절, 숙고하되 여지가 없는 거절, 마음을 담은 그런 거절은 거절하는 자를 깨끗하게 하지만 더 나아가 상대의 깨끗한 단념을 부른다." (산문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 에서)
시인 정끝별(61)은 아버지가 생전 자주 얘기한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는다.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부탁받는 나 또한 상대에게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고, 연쇄적인 부탁을 끊어내려면 누군가는 거절해야만 한다. 아울러 깨끗하게 거절하는 것은 청탁하는 상대를 덜 비루하고 덜 상처받게 배려하는 길이다.
정끝별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교수, 딸이고 엄마이고 아내인 한 사람이 인생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기념하는 과정에서 얻은 순도 높은 감정들이 수록됐다.
정끝별 시인 특유의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삶의 여러 문제를 들여다보고 현실적인 조언을 곁들였다.
민음사. 228쪽.
▲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 = 심재휘 지음.
"막 일어서는 파도도 좋고 / 꽃이 필 사월도 좋지만 나는 / 다정한 모두부의 윤곽을 더 사랑하네 / 모두부의 비밀은 자르기 전에도 / 눈물겹도록 알 수가 있네." (시 '모두부를 시켜놓고' 에서)
시인 심재휘는 시집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에 수록된 첫 번째 시 '모두부를 시켜놓고'에서 파도나 계절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찰나의 현상보다 두부의 윤곽처럼 한결같은 일상의 것이 좋다고 털어놓는다.
시인은 두부나 달걀, 간장 등 식재료를 비롯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것들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수록된 시들을 읽다 보면 그 어떤 감정이나 아름다움도 결국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장을 보고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재휘 시인은 '시인의 말'에 "'생활'을 좋아한다. 살아 있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생활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며 "고장 난 것을 다 고칠 수는 없지만 생활은 이어진다"고 썼다.
문학동네. 96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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