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지배구조 개편을 거쳐 '원 메리츠(One Meritz)'로서 효율 경영을 표방하며 새 출발에 나섰다. 같은 해 1월 보험업계에 신회계기준(IFRS17) 적용 이후, 메리츠화재는 이익 급증과 대규모 배당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 조정호 회장의 배당은 2022년 100억원에서 2023년 감액배당을 활용해 2300억원대로 23배 급증했다. 이 같은 ‘비과세’ 거액 배당으로 인해 조 회장은 이재용 회장을 제치고 주식부자 1위를 기록했지만, 실질적 수익 성장에 기반한 것인지 일시적인 회계적 효과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이는 같은 해 메리츠화재가 사업계획에서 예실차 이익을 목표로 삼았던 점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논란이 됐던 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원메리츠가 추구하는 효율성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나 장기적인 소비자 보호 원칙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같은 기조가 향후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2023년, 메리츠화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실적 급증을 기록하며 대규모 배당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예실차를 활용한 순익 증가와 배당 확대라는 의혹이 따라 붙는다.
또한 메리츠는 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와 출혈경쟁에 대해 비판해왔지만, 자사 또한 효율에 치중한 경영 방식으로 이중적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적격 설계사 양산 소지가 있는 광고와 PF 투자 등의 고위험 리스크 등 메리츠화재의 경영 행보가 보험업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최근 ‘3개월간 부업으로 500만원 벌었다는데?...한 달간 1000명 몰린 메리츠 파트너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30·40대 직장인 N잡러(부업), 배달‧편의점 알바 대신 메리츠 파트너스로 몰린다’는 문장과 함께 누구나 쉽게 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달 평균 수입 148만원, 일부 상위 파트너스는 3개월 500만원의 누적 수입을 올렸다는 점도 강조됐다.
‘1시간 투자해 부업으로 수백 벌자’…역량 부족 설계사 남발 우려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설계사가 아르바이트나 부업의 개념으로 소개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보험업 특성상 지나치게 가벼운 유입은 경계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네이버에 메리츠파트너스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광고는 더 심각하다. ‘1시간 투자해서 시험합격’, ‘월 최대 653만원’, ‘고효율 홈테크’라는 문장들은 보험 소비자보다는 설계사 쉬운 진입장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짧은 시간에 보험 설계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인해 설계사 전문성과 책임감을 중시하는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 시험이 1시간 투자로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설계사들에게도 좋지 않은 행태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아도 보험업계 신뢰도가 낮은데 부적격 설계사가 양산되면 불완전판매로 인해 업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금융감독원이 시행하는 보험판매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30시간 이상의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설계사 자격 취득 후에도 끊임 없는 개발이 동반되며 영업력 또한 필수다. 하지만 메리츠의 광고는 부업의 형태로 단기간 내 쉽게 자격을 취득해 수백만원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 상품 광고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만큼, 보험 설계사 모집에 대한 해당 광고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담당하는 분야가 금융업이기에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즉 금융 상품에 대한 광고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중점적으로 살펴 보게 돼 있다”라며 “다만 해당 건의 경우 설계사 모집 목적의 광고로 보이기에 다소 거리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 피해 양산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금융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특히 보험의 경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니만큼 이를 판매하는 설계사들도 소비자에게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통상적인 교육 절차를 거치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에도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몇 시간 교육으로 일반인이 설계사 영업에 뛰어들게 한다면 소비자 피해 양산이 불보듯 뻔하다”고 짚었다.
이어 “부업이나 알바 개념으로 소개하는 것도 문제다.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떠넘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에 보험사로서는 무책임한 경영으로 보인다”며 “금융감독원 또한 보험 판매가 전문적이고 바람직하게 이뤄지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는데 제재 항목에서 벗어났다는 입장은 궁색한 변명이다. 금융당국에서 적극 나서서 감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보험학과 교수 또한 “보험 설계사는 소비자의 중요한 재정적 조언자이며, 자격증 취득 과정을 너무 단기화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미칠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PF 리스크 확대…고위험 투자에 부실채권 우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메리츠화재의 숙제다. 특히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부동산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재무제표 상 대출채권의 세부 구성 항목의 90% 이상은 ‘기타’로 분류돼 있다. 해당 항목은 주로 부동산 PF 대출을 기입하는 곳으로서, 메리츠화재는 업계 타 회사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메리츠화재의 기타 대출채권(투자계약 보험계약대출 제외)은 13조6921억원으로 전년(11조7690억원)보다 16.3% 증가했다. 경기를 타는 부동산 PF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다른 회사들이 보수적으로 전환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위험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처럼 메리츠의 경영 전략이 고위험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PF 투자 확대는 보험업 본질과는 거리가 먼 데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PF 투자는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중요한 보험사에게는 지나치게 위험할 수 있다”며 “메리츠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PF 투자를 늘린다면, 향후 시장 상황 악화 시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리츠의 경영 방식이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동안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왔던 보험사의 역할을 고려하면, 지나친 성과 지향적인 경영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보험업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신뢰와 안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무분별한 광고나 고위험 투자가 아닌, 소비자 보호와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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