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트럼프 관세정책에 무대응 일관하는 한국, 내년 중간선거만 기다리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용웅 칼럼]트럼프 관세정책에 무대응 일관하는 한국, 내년 중간선거만 기다리나

비즈니스플러스 2025-03-11 10:00:00 신고

3줄요약
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2019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김상조 문재인 대통령 정책실장을 여러 언론사 간부들과 같이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이런 말을 하면서 한숨을 쉬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김상조 실장은 트럼프 진영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를 지목하고 우리 정부에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윌버 로스는 외환위기 때 한강구조기금을 운영했는데 손해를 보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 윌버 로스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을 구조조정하는 일을 맡은 경험을 했었다.  

또 피터 나바로는 당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자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정책 관련 핵심 참모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보호무역주의 강경정책으로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교수로 재직하던 나바로는 민주당 후보로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그러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나바로의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 날(Death by China)》을 장인에게 추천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2016년 트럼프 선거 캠프에 합류한 나바로는 2017년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우세한 백악관에 들어갔다. 온건파의 심한 견제를 받던 나바로는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관련 인사들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입지가 공고해졌다.

김상조 실장은 "나바로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 소련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지금 그 사람이 미중 무역전쟁을 지휘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김상조 실장의 푸념은 한국 정가나 재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핫라인을 구축한 사람들이 없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호전되었는가? 

"전혀 아니다"라는 진단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 사진=AFP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인맥과 소통채널 없는 한국 대안은 있나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역임한 윌버 로스는 2기 정부에서는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지만 피터 나바로는 다르다. 

나바로는 2가 행정부에서도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맡으면서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12일부터 시작되지만,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 제품에 대한 관세는 상호 관세가 시작되는 다음 달 2일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관세정책은 따지고 보면 러트닉 장관이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미 의회의 인준을 받기 전부터 전세계에 관세폭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같은 흐름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피터 나바로 고문이었다. 

한국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든데, 그때문인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친분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정치는 사실 과거 수년간 국제정치 무대보다는 모든 이슈를 국내 정쟁에 버물려 넣는 기이한 행각을 보여왔는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혀 달라진 것은 없다. 물론 계엄과 탄핵이라는 비상식적인 정치일정이 우리 정치무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해 국내 일부 정치인들이 미국을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는 호텔방에서 취임식을 TV화면으로 보았다고 하고, 누구는 아예 국내정치가 엄중하기 때문에 초청장이 있어도 가지 않겠다는 사실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정가나 재계에서 미국 내 인맥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눈치챈 미국 로비스트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뉴스들이 등장하지만 과연 로비스트들의 도움만으로 트럼프 2기 정부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The Asia Group'(TAG)이라고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미국 전략 자문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TAG는 2013년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니라브 파텔(Nirav Patel) 전 미국 국무부 전략 및 다자간 담당 부차관보가 공동 설립한 회사인데 최근 서울사무소 개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대미 로비스트는 바로 우리 행정부일 수밖에 없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긴 혼돈의 터널이 하루라도 빨리 종료되어야 대미 외교가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임은 분명하다. 

◇주가 폭락도 아랑곳 않는 트럼프 무차별 관세정책, 내년 중간선거 결과가 분수령 될 듯

이제 와서 한국정부나 재계가 능동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할 수 있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한숨 돌리는 상황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관련해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과도기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 하고 있고, 이것은 아주 큰 일이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관세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것인데 이 때문에 나스닥이 4% 넘게 폭락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10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8% 내렸고 S&P500 지수는 2.70%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7.90포인트, 4.00% 급락한 1만7468.33에  마감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술 기업 7곳 '매그니피센트 7' 역시 일제히 폭락해 이들 기업을 합친 시가총액이 하룻만에 7590억달러(약 1107조3810억원)이 증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바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세정책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식 시장과의 연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나는 심지어 주식을 보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있어 미국은 매우 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 사람들은 예전부터 "미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얻는 게 없다. 자유무역에 적극적인 건 미국 민주당이다. 국제기구 WTO(국제무역기구)를 창설한 것도 빌 클린턴이다"는 식으로 발언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이같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2월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의 '트럼프 2기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제2 전체회의'에서 내년 미 의회 중간선거가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 성패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내놓았다. 

이 원장은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달러가 절상되며 이자율 인하가 지연된다"며 "이에 따라 달러 수요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무역적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중간선거에서는 집권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지켰지만, 하원 다수당 자리는 잃었다. 

트럼프는 당시 절반의 승리만 유지한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후 코로나가 덥치면서 사실상 레임덕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데는 바이든 시대의 인플레이션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미국의 물가를 바이든 시대보다 더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전문가들은 고관세 정책이 지난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기 때 부과한 관세는 미국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에 큰 영향이 없었고,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려 그 사이 수입업자가 재고를 쌓는 등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은 마치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이는 상대국의 대응전략에도 문제를 야기하지만 미국 내 수입업자들이나 소비자들 역시 대응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해 이시욱 KIEP 원장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멕시코·캐나다 세 국가만 하더라도 미국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해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0일, 2월 소비자 기대조사(SCE) 결과를 발표했는데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 예상치 중간값이 3.1%로 전월 조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향후 1년간 가계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가구 비중은 27.4%로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전쟁에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미국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둔화되어야 우리 경제가 숨통이 트인다는 전망을 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빈대가 무서워 초가삼간(草家三間)을 태운다"는 식의 기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관세전쟁이 무한정 지속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것도 현실인만큼 우리 정부도 하루 빨리 민관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지금은 연금개혁이나 상속세 개혁은 고사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 정치가 혼돈을 거듭하고 있어 아무런 예단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