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는 분열돼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특정 집단의 성향이 극단화됐다.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 비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도가 심하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이 온라인에 나타난 갈등 실태를 분석하고 분열로 인한 사회의 악영향을 파헤친다. [편집자 주] |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자 온라인 상에서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갈라진 커뮤니티에 왜곡과 허위정보까지 담겨 정치의 극단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10일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은 법원과 검찰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오늘의 유머'에서 <윤석열 풀어준 지귀연 판사> 라는 글은 추천 137개를 받아 베스트 게시물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판사의 프로필과 재판 이력을 공유하며 "역사에 기록될 매국노!!!"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이에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인요한이 부패판사의 가죽을 벗겨 죽여야 한다고 했지요...?"라는 살의가 담긴 댓글이 추천 37개로 가장 많이 받은 것이었다. "현대판 이완용이구만"이라는 댓글도 추천 20개를 받아 상위에 올라왔다.
오늘의 유머에서 또 다른 베스트 게시물인 <이화여대생 멱살 잡은 극우> 작성자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한 남성 유튜버가 탄핵 찬성 집회를 하는 학생의 멱살을 잡은 사진 기사를 공유했다. 이에 49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내란 사이비 내란 폭도세력 모두 능지처참으로 자유롭게 극형에 처해야 함"이라는 극단적인 내용이었다. 이화여대생>
야권 지지자들이 많은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심우정 정신건강 이상설> 이라는 글이 추천 197개를 받았다. 해당 글에는 "자자손손 천벌 받길" 댓글이 추천 60개로 최상위에 올라왔다. 심우정>
SNS에 보수색을 드러낸 특정 시민들을 상대로 한 살인 예고 글도 논란이다.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탄핵 반대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들의 SNS 아이디를 일일이 태그(언급)하며 “죽이겠다”는 글 10여 건을 올리는 등 행위로 협박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을 향해 “2찍 ××” 등 반탄 진영을 비하하는 욕설과 함께 회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보수 성향 디시에는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사법기관 난입을 모의하는 선동 글이 올라왔다. 디시 미국 정치 마이너 갤러리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계획을 사전 모의한 곳이다. 지난달 7일 이곳의 한 회원은 헌법재판소 건물 지하 1층부터 5층까지의 내부 구조가 담긴 평면도를 공유하며 차벽을 넘기 위한 철제 사다리,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준비한다는 글을 올렸다. 주요 국가 보안 시설인 헌재는 내부 구조가 공개되지 않는 곳인데 해당 정보가 유출돼 폭동을 예고한 것이다.
일베에서 한 회원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알린다. 탄핵심판이 확정되는 날!> 제목의 글을 통해 "재판 선고 날 당일 주말이든 평일이든 모든 국민들은 헌법재판소로 모여야 한다"며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성난 군중들이 차벽을 기어오르고, 재판소 문짝을 뜯어내고 판사들을 직접 마주하게 될 거란 사실을 알려줘라"고 주장했다. 피를>
경찰이 현재 수사하는 헌재에 대한 폭력사태를 예고하는 글은 60건에 달한다. 탄핵 심판 선고일에 헌재를 테러하겠다는 글이 난무하자 경찰은 선고 당일 서울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갑호 비상'을 내리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지난달 12일 디시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사진이 올라와 '일베' 등으로 퍼졌다. 이를 국민의힘 대변인이 그대로 인용해서 문 권한대행 비판 논평을 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조작된 사진으로 밝혀져 국민의힘 대변인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커뮤니티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정치인들이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1년 12월 대선후보 시절 보배드림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국가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글을 썼다. 당시 이 대표는 클리앙, 디시인사이드, 딴지일보에도 인증 글을 남겼고 보수 성향 에펨코리아에도 "쓴소리 단소리 뭐든 좋다"고 적었다.
이러한 정치 갈등은 한국 사회 갈등의 유형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3.1점)이 최고였고 빈곤층과 중상층 간 계층 갈등은 2.9점, 근로자와 고용주 간 노사갈등은 2.8점이었다.
전문가는 정치 갈등 격화의 원인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나은영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디어가 자극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주의 집중을 하다보니까 점점 더 자극적인 언어를 쓰게 된다"며 "유튜브 알고리즘도 계속 비슷한 걸 보여주니까 양쪽 다 본인의 생각과 비슷한 게 대세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국민이 입헌주의와 법치에 입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폭동처럼 물리력을 동원하는 의견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면 정치 대립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은 대안 언론이라든가 제도화된 형태로 모여야 한다"며 "각자의 주장들이 부닥칠 때 바람직한 사회 방향 무엇인지를 확인해주는 사법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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