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개인이나 법인에 소매판매된 금융채권 약 6000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약 6000억원 규모다. 카드 대금 채권이란 홈플러스가 납품업체 대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사가 갖게 되는 채권이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 물량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된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약 3000억원 규모 소매 판매...금감원 조사 착수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유동화증권은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3739억원,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281억원 등 4019억원 규모다. 신용평가사들은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전량을 지난 6일 부도처리했다. 에스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281억원도 부도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중 약 3000억원의 물량이 소매판매됐다는 점이다.
이 ABSTB는 홈플러스가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것으로, 카드사들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대금을 회수했으나 신영증권(001720)을 통해 ABSTB를 산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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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신청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CP를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빌렸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판매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홈플러스의 신용평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은 이날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홈플러스 관련 CP, 전단채,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중 개인 대상 판매 금액을 1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증권가에선 홈플러스의 CP와 전자단기사채 등이 연 6~7% 수준의 높은 금리로 거래되는 데다 만기가 짧았던 만큼 높은 이자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 수요가 컸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투자자 피해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또 홈플러스가 외상매출채권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상거래채권 변제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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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 MBK파트너스 형사고발 검토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를 형사고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기업어음과 유동화증권을 포함해 약 5000억원의 단기자금 조달을 주관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의 도화선이 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사흘 전까지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것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도 홈플러스 ABSTB를 개인 투자자들에 판매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는 24년 신용평가 시, 전년 대비 주요 재무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중장기 사업기반 구축이 완료됨에 따라 각종 사업지표 역시 개선되면서 향후 매출 및 영업수익성이 지속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 이번 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 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2월28일 공시된 신용평가 결과 예상과 달리 당사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단기자금 확보에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협력사와 임대점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히 회생신청을 준비해 휴일이 끝나는 3월4일 바로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 연합뉴스
홈플러스는 현재 주주사인 MBK 파트너스 인수 전인 테스코 시절부터 운전자본 용도로 약 6000-7000억원 규모의 CP, 전단채 및 ABSTB 등 단기자금대출을 활용해 왔으며, 일상적으로 지속 발행해 왔다.
홈플러스 측은 "이처럼 CP와 전단채 및 ABSTB 발행은 수 년간 매월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필요에 따라 갑자기 기획해서 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ABSTB나 기업CP를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 일예로 신영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수년 전부터 카드사로부터 당사 카드매입채권을 인수해 이를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해 왔으며, 금융기관에서 전량 인수해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당사는 하나증권이 신영증권으로부터 ABSTB를 인수해 리테일 창구에서 재판매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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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공익채권' 순차적 지급 중
한편,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일시 지급 중지됐던 일반상거래 채권에 대해 지난 6일부터 자체적으로 지급 가능한 '공익채권'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일시 지급 중지되었던 일반상거래 채권에 대해 지난 6일부터 자체적으로 지급 가능한 '공익채권'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중에 있으며, 법원의 지급 승인이 필요한 '회생채권' 지급을 위해 법원에 신청했던 '회생채권 변제 허가 신청'이 지난 7일 승인됨에 따라 모든 상거래채권을 지급 완료함으로써 협력사의 불안,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3월4일 이전 20일 내에 발생한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며, 20일 이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분류된다. '회생채권' 지급을 위해서는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회생채권 변제 허가 신청에 대해 법원의 승인이 남에 따라 소상공인/영세업자/인건비성 회생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대기업 채권도 분할 상환할 예정이며,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협력사가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상세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업체에 전달하고 세부적으로 소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를 포함한 모든 협력사들이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이며, 일반상거래 채권 지급을 완료함으로써 협력사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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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관련 대응책 논의..."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야"
반면, 상거래채권과 달리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유동화증권은 금융채권으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기업과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증권사들도 이날 공동 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와 관련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20여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ABSTB가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이니만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홈플러스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투자자 피해가 없도록 하자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면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신용에 대한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했다는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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