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사외이사 구성에 고위공직자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0일 ‘2019년과 2025년 신규 선임 사외이사 특징 비교 분석’을 발표했다.
조사는 국내 50대 그룹 주요 계열사 등에서 사외이사가 6년 임기를 모두 채워 의무 교체해야 하는 기업 중, 지난 7일까지 ‘이사회소집결의서’ 등을 제출한 42곳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사 대상 42개 기업에서 의무교체 대상 사외이사는 56명으로 파악됐으며 신규 영입은 5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55명 중 2명은 1~3년 단위 임기 만료에 따라 다른 인물로 대체됐고 53명은 6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진하는 사외이사 후임으로 영입됐다.
2019년 선임된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당시 기준 57.7세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 영입된 사외이사의 평균 나이는 58세다.
평균 연령이 소폭 증가한 것은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중 50대는 줄고 60대가 다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9년 50대 초반(50~54세)과 50대 후반(55~59세) 출생자 비중은 각각 17.9%, 37.5%였지만 올해는 10.9%, 18.2%로 낮아졌다. 반면 60대 초반은 23.2%에서 49.1%로 늘었다.
같은 기간 40대 사외이사는 8.9%에서 12.7%로 증가했다. 특히 1980년대 생인 김주호(1982년생)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와 스티븐송(1981년생) 스카코리아 대표이사가 각각 멀티캠퍼스, 금호건설의 사외이사 후보로 지목됐다.
여성 사외이사는 2019년 5.4%에서 올해 7.3%로 늘었다. 여성 사외이사를 내정한 기업에는 ▲현대자동차 ▲SK바이오팜 ▲한진칼 ▲LG헬로비전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김수이 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 SK바이오팜은 조경선 전 신한DS 대표이사 및 신한은행 디지털개인그룹 부행장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밖에 한진칼은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조인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G헬로비전은 최수정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이사회 멤버로 지목했다.
올해 영입된 신규 사외이사 중 기업 CEO 및 임원 등 재계 출신과 판·검사, 변호사 출신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학자는 크게 줄고 관료 출신은 늘어나는 특징을 나타냈다.
실제 대학 교수 등 학자는 2019년 48.2%에서 2025년 38.2%로 10%p 낮아졌다. 반면 관료 출신은 12.5%에서 23.6%로 11.1%p 증가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중 장·차관급 거물급 인사가 2019년 2명에서 올해 8명으로 4배 증가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는 삼성 계열사가 장·차관급 거물급 인사를 올해 신규 사외이사로 다수 영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생명보험(구윤철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및 국무조정실 실장) ▲삼성중공업(김상규 전 조달청장 및 감사원 감사위원) ▲삼성E&A(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및 대통령실 정책실장)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DB하이텍(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에스비에스(임환수 전 국세청장/최윤수 국가정보원 제2차장)도 장·차관급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이창민 교수는 “전관이 늘어나는 건 규제나 대관 문제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올해 전관 증가가 두드러졌다면 탄핵정국이나 조기 대선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 주주 이익 대변인데 본연의 취지에 비춰보면 직업구성이 좋지 않다”라며 “일단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올해 선임된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6명 중 5명은 판사를 역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김창보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두산밥캣은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거친 김무겸 로고스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학자 출신 중에서는 재무·회계 포함 경영학 관련 교수가 71.4%, 이공계열 분야 교수가 28.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70% 정도는 다른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참신한 인물로 채워졌다”면서도 “올해 6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다른 회사로 바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도 10% 수준으로 나타나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과 함께 ‘사외이사 돌려막기’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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