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울리는 13년 묵은 족쇄...언제 풀릴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실적 악화 등에 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지나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시장 등을 살리기 위해 마련됐던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이 무색하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제정으로 대형마트는 현재까지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 영업시간 제한(새벽배송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됐지만 대형마트는 규제에 묶여 이커머스 등 경쟁업계들이 성장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내에는 출점도 불가능하다.

대구시는 2023년 2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기존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서 평일(월요일)로 변경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무 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규제 자체는 암초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에서 비대면으로 구매 채널이 빠르게 변해가는 와중에 대형마트는 규제에 묶여 이커머스(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전자 상거래) 경쟁력을 확보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법의 취지도 이미 퇴색된지 오래다. 최근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주말에 영업하는 지자체에서 주변 상권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말에 대형마트 주변 요식업체의 매출이 3.1%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에 방문한 손님들이 인근 식당으로 향하는 집객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 점포 수는 32개가 줄었고 홈플러스는 10여 개 매장의 추가 유동화를 예고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대형마트 빅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매출 비중은 전체 유통업체 매출 20.2%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1.9%까지 감소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고전하는 사이 대항마인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급성장했다. 정부의 규제 밖에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의 쇼핑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은 ▲2022년 8.9% ▲2023년 3.7% ▲2024년 2.0%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2021년 유통업 매출 비중 2위 자리를 편의점에 내어준 뒤 점유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백화점(1.4%), 편의점(4.3%), 준대규모점포(4.6%)의 매출이 모두 소폭 증가한 데 반해 대형마트 매출은 0.8% 줄며 유통 채널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유통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법안 통과는 답보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이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는 규제로 해결되지 않으며 유통업계가 윈윈하려면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