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정당하게 돈을 벌고도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이 있다. 순이익이 늘어나면 비판도 커질 각오를 해야하는 이 기업은 바로 '은행'이다.
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고, 순이익이 증가한 은행은 어김없이 '이자장사' 논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이자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정답은 'X'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대출에 대해 이자를 받는 관행이 있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자율이 적용됐다.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와 돈을 맡겨준 고객에게 지불한 이자의 차액으로 수익을 내는 '이자장사'는 은행에 있어 업의 본질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에도 이자장사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정도를 넘어' 이자를 남기는 행위 때문이다.
예적금 금리로 대표되는 수신금리는 과소 책정하면서 여신금리, 즉 대출금리 수준은 오히려 높이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무리한 이자 부담을 지우는 행태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12월 1.01%포인트(p)를 기록했던 신한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올해 1월 1.45%p로 급증했다.
'가계 정기 예금금리'는 0.17%p 낮춘 반면, '가계 대출금리'는 0.22%p 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0.03%p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지난해 10월 0.83%p 수준이던 가계 예대금리차가 매달 0.1%p 이상 커지면서 올해 1월에는 1.38%p까지 확대됐다.
물론 신용도가 낮은, 리스크가 큰 고객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여신금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모두 함께 정책 금융을 확대한 지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가계 예대금리차를 큰 폭으로 높여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민 고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계 대출 금리를 낮춰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과 금융비용도 줄어들기에, 금리를 일부 낮춰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어서다.
가계 대출 증가율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요청에 따라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수신금리의 인하 폭이다.
예적금금리를 가계 대출 금리 인하폭보다 더 낮출 경우 고객들이 예적금으로 얻는 이자는 줄어드는 반면, 은행들의 수익은 늘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금리를 11월보다 0.15%p 인하했지만, 가계 정기예금 금리를 더 큰 폭(0.17%p)으로 낮추며 이익을 방어했다.
여·수신금리는 대내외경제 환경과 기준금리, 개인·기업고객의 신용도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에 '적정 수준'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도 수십년, 길게는 10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국내 시중은행들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만한 답을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그 답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이자장사에 대한 오해는 비로소 풀리고 신뢰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대체로 그러하듯 이번에도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는 기업들이 대부분일 텐데, 고려아연이 눈에 띕니다.
동지에서 이젠 적이 돼 버렸죠. 1949년 최기호, 장병희 두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인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계열은 최 씨 일가가, 영풍 계열을 장 씨 일가가 맡아 경영해 왔습니다. 별 탈 없이 70년간 이어져 오던 두 가문의 평화는 지금에 와서 고려아연 오너 3세 최윤범 회장과 영풍 오너 2세 장형진 고문 간에 갈등이 불거지며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선 승부를 내지 못했고, 올 1월 열린 임시 주총에선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최윤범 회장이 승기를 잡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영풍이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임시 주총 결의 무효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양측의 싸움은 정기 주총에서 다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고려아연만큼 시끌벅적하진 않지만, 아워홈과 코웨이 주총도 지켜볼 만합니다.
국내 2위 급식업체 아워홈은 한화家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인수에 나서면서 잡음이 일었습니다. 최근 김 부사장이 아워홈 지분 과반을 확보하면서 일단락된 듯한 상황이지만,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아워홈은 창업주 고(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1남 3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한화는 이 중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것이구요. 그런데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매각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선매수권’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4남매는 그중 누군가 지분을 팔려고 할 때 우선적으로 해당 지분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가진다는 것이죠. 다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아워홈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장남과 장녀 측 인사로로 채워진 현 이사회 구조상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코웨이는 행동주의펀드와 맞서고 있습니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 주주환원율을 높일 것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을 주총에서 다룰 것을 요구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만큼 각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소액주주가 특정 이사 선임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사회 진입 시도를 노리고 있는 것이죠. 결국 코웨이 최대주주 넷마블과 얼라인파트너스와의 표대결로 이어질 것인데, 지분 차이가 너무 크기에 넷마블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입니다.
분쟁이 일었던 대명소노(소노인터내셔널)와 티웨이항공 그리고 한미약품은 주총을 앞두고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된 모습입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새출발을 하게 되겠죠.
대명소노는 지난 2월 26일 티웨이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기존 보유분에 더해 과반 지분을 확보하면서 티웨이항공을 품에 안았습니다. 양사 간 지분 매각 논의가 의견 차로 인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소송을 향해 가는 듯했으나 극적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합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달 예정된 티웨이항공 주총에서 대명소노는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 본격적인 ‘이륙’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녀와 형제 간 다툼으로 시끄러웠던 한미약품그룹은 형제 측이 물러나면서 수습된 모양샙니다.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맞섰던 차남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달 13일 경영권을 내려놨죠. 한미약품그룹은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를 통해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들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견고히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만, 송 회장 모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양정밀에 주식을 매각한 탓에 오너 지분이 줄고, 신 회장의 지분이 늘어난 것이 향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신세계가 있습니다. 분쟁 이슈는 아닙니다. 최근 행보가 과감한 듯해 눈길이 갑니다.
지난해 12월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습니다. 양사가 5대 5 출자를 통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이어 올 1월에는 정용진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보통주 278만7582주)를 매입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총 2141억 원 규모에 달하는 거래로, 정 회장이 현금 등 개인자산을 활용해 사들인다고 합니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하지만, 증여에 비해 큰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직접 매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7년이 넘도록 미끄러지고 있는 이마트 주가를 이용한 셈법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습니다.
‘멸공’을 외치던 회장님이 알리바바를 맞아들이고, 사재를 털어가면서까지 당장의 비용 부담을 감수했습니다. 물론,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닙니다. 그저 궁금할 따름이지요.
정 회장이 언급한 바는 있습니다. 지난 8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고, 특히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 회장은 2013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현재까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경영을 말하면서도 그의 ‘발상의 전환’은 거기까진 이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승계 고민에서 한숨 돌린 것이라면, 이제 주가도 돌려세울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