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K리그는 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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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철의 스포츠시선] K리그는 춘래불사춘?

이데일리 2025-03-08 09:3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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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개막한 K리그가 잔디 문제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지면서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구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에 대해 시급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손상된 잔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준철의 스포츠시선]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은 중국 전한 원제의 궁녀인 왕소군이 흉노와의 화친에 따라 흉노로 가게 되는 상황을 동방규가 시구로 표현한 것이다. ‘때가 되어 좋은 상황이 오긴 왔는데, 깔끔하게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의미다.

프로축구 K리그의 3월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2025시즌 K리그1(1부리그)는 역대 가장 이른 지난달 15일에 개막했다. 이는 3월 1일 개막한 지난 시즌에 비해 2주나 빠른 것이고, 카타르 월드컵 영향으로 2월 19일에 개막했던 2022시즌보다도 4일이나 빠르다. 4월 말부터 약 3주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토너먼트, 6월 미국 FIFA 클럽월드컵,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등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한 것이 이른 개막의 배경이다.

프로축구 개막은 프로야구의 개막과 함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물론, 2월 중순이면 겨울 날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한파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라운드 전 경기를 남부지방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봄 같지 않은 봄이다. 3월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확 풀리지 않았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여전하다. 실제로 개막 초반 부상에 신음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날씨 그 자체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날씨와 맞물려 있는 이슈이지만, 그라운드 컨디션, 즉 잔디 상태 때문이다.

축구에서 잔디의 기능은 중요하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맨땅에서 축구를 하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이 계속 뛰면서 발생하는 잔디 파임 현상, 디봇은 부상의 위험을 키우는 주요인이다. 실제로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김천의 경기에서 서울의 주장인 제시 린가드가 잔디에 걸려 넘어졌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린가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잔디 사진을 올려 분노를 나타냈다. 잉글랜드 대표로 월드컵까지 출전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약한 거물급 선수인지라 서울의 잔디 상태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비단, 서울의 문제는 아니다. 전북은 시드니FC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 8강 1차전을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 못했다. 그라운드 상태 때문에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렀기 때문이다. 홈경기이지만, 홈구장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며 0-2로 졌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잔디의 심각성은 앞서 전북 이승우가 광주와의 K리그1 경기가 끝난 뒤 불만을 표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없다. 그렇다고 날씨 탓만 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축구장의 잔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최적의 환경에서 뛰어야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이는 축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서비스다. 하지만, 잔디 상태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부상을 당할 염려로 위축된 플레이가 계속된다면,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없다.

경기장 잔디는 보통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경기장이 지방자치단체 소유이기 때문이다. 구단이나 프로축구연맹에서 직접 관리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경기장 관리를 대하는 자세가 전문적이지도 않다. 잔디가 파이면 땜질 처방에 그치기 일쑤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 경기를 하라고 한다. 축구, 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이 후진적이다. 선수들의 기량, 구단의 경영 능력,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관리 주체가 따라가지 못한다.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닌 상황, 2025시즌 K리그의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여름도 그렇고, 2026시즌 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전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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