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우리는 결코 소수의 인물이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신작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갈라파고스)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6명의 억만장자가 세계 질서를 좌우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세상을 호령하는 6명'으로 거론한다.
저자는 이들이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예 '정부 자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X(구 트위터)에서 외교 정책과 선거 개입과 관련한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했다.
또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보다 빠르게 달 탐사와 화성 이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고, 빌 게이츠는 팬데믹과 백신 개발 정책에서 사실상 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런 행보가 정부의 정책을 로비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정부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대규모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과 법률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선도하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인류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도 경고한다. 저자는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예로 들며 소셜미디어 기술이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페이스북과 X(구 트위터)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우선 노출해 정치적 극단주의를 확산하고,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강화하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AI 기반 감시 시스템'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행동이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평가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기술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특정 기업과 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억만장자의 손가락에 낀 '절대반지'를 되찾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기업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조세 제도 개혁'과 '디지털 민주주의 강화', 'AI·데이터 보호 규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개편'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한다.
배영란 옮김.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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