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회장은 여의도 현대증권 사무실 이외에 현대그룹 본사에도 별도 사무실이 있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인사파동이 일어나기 이전과 똑같이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 표명이었던 셈이다. 자신은 신분상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임원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집무실 에서 몇몇 기자들과 다시 만났다.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나.
“내 책상은 항상 깨끗하다. 무슨 일이든 지체하고 꾸물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과거 명예회장님 비서실에 근무하다 현장으로 발령 났던 일이 있다. 그 때 명예회장님은 ‘지시를 받으면 바로 움직이라’고 가르치셨다. 그 뒤로 나는 아침에 인사발령이 나면 오후에 임지로 떠나곤 했다.”
-인사파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다. 현대그룹에서 전문 경영인의 인사는 구조조정본부가 주관하고 발표한다. 어떤 계열사(현대자동차)에서 인사 내정 사항을 미리 흘린 모양이다. 아직 그런 내용을 통보 받은 바 없다. 구조조정본부에 확인해 봐라.”
-중국 출장을 간 것은 명예회장과 그룹 공동회장인 몽구 회장에 대한 항명 아닌가.
“현대그룹에서 항명이란 있을 수 없다.”
-중국에서 몽헌 회장을 만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몽헌 회장은 현재 미국 출장 중이다. 나는 중국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갔었다. 몽헌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전화 연락도 못했다(이 익치 회장은 이 대목에서 거짓말을 했다).”
[다큐소설 왕자의난7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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