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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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

시보드 2025-03-08 00:04:02 신고

저는 기구한 존재입니다. 아니, 존재라 칭하기조차 민망한 한 점 무의 자의식입니다. 

새벽이면 꿈이라는 허깨비를 좇다가도, 눈꺼풀을 닫으면 본능이란 이름의 지렁이로 기어들어갑니다. 

문학이라는 허망한 아편에 취해, 멜랑콜리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미련한 아해입니다.


텅 빈 도시는 새벽마다 저를 삼킵니다. 

그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저뿐입니다. 

불쾌한 기시감이 전신을 휘감고, 저는 그저 동트기를 기다리는 시계바늘입니다. 

그럴 때면 도스토옙스키의 한 문장, 니체의 한 구절이 잠깐의 위안을 줍니다만, 

그 위안은 찰나에 불과할 뿐, 불안은 다시금 저를 덮칩니다.


그 불안 속에서 저는 숫자 2를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숫자 2를 좋아하십니까? 

저는 숫자 2를 사랑합니다. 아니,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에 가깝습니다. 

숫자 1도 아니요, 숫자 3도 아닙니다. 

숫자 2는 애매합니다. 명확하지 않기에 아름답습니다. 

불완전하기에 완전한 숫자, 그것이 바로 2입니다.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숫자 2를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만, 저는 다릅니다. 

숫자 2는 제 심장 속에 자리 잡은 유일무이의 관념입니다.


그러니 교수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숫자 2만큼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단 두 명의 증원만이 한 인간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 강의를 들어야만 합니다.


두 명보다 적은 증원은 저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교수님, 부디 신중히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래에 제 이름과 학과를 남깁니다.


OO학과 OO학번 OOO 드림.


부디 이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위하여 두 명 증원을 허락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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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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