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매일 산책하다 마주치는 미국의 부촌이 화제다. 미국 워싱턴DC의 '칼로라마(Kalorama)'가 바로 그곳이다. 과거부터 미국 정가의 거물들이 모여 살았던 칼로라마에 최근 글로벌 경제계의 유명 인사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 정치권의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그들과 접점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인들도 하나 둘 모여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칼로라마'는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DC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치의 핵심 장소인 백악관과는 2Km, 미국 의회의사당과는 4Km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코 번잡하거나 시끄럽지 않다. 칼로라마 서쪽과 북쪽에 흐르고 있는 록강(Rock Creek)이 마을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남쪽과 동쪽에 위치한 대사관 거리와 초호화 호텔들은 외부인에게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심리적 장벽을 만들어낸다. '칼로라마'는 복잡한 워싱턴DC에서 안락한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버락 오바마부터 제프 베이조스까지…글로벌 경제·정치 움직이는 거물들이 픽(Pick)한 부촌
글로벌 권력의 중심지인 워싱턴DC와의 쉬운 접근성과 사생활 보호에 용이한 폐쇄성을 갖춘 칼로라마에는 미국 내에서도 '1%'로 불리는 엘리트 인사들이 여럿 거주하고 있다. 칼로라마에 거주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난 2017년부터 칼로라마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임대로 거주하다 5개월 만에 해당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 매입가는 810만달러(한화 약 120억원)이었다.
해당 저택의 직전 주인은 정치 컨설팅업체 '글로버 파그 그룹'의 공동창업주이자 빌 클린턴 행정부 수석 대변인인 조 록하트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자녀 교육을 위해 칼로라마 저택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교육뿐만 아니라 미래 인적 네트워크까지 고려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매입한 건물은 1928년 지어졌으며 부지 규모는 754㎡(약 228평)이다. 건물 내부에는 침실과 화장실이 각각 9개, 차량 1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차고가 갖춰져 있다. 건물 외관은 단정한 유럽식 스타일을 띄고 있으며 내부는 흰색과 검정색을 적절히 섞어 인테리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정치 성향을 지닌 정계 거물도 칼로라마에 집을 가지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딸이자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다. 이방카 트럼프는 2017년 아버지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해 워싱턴에 입성하면서 칼로라마 저택도 구매했는데 당시 매입가는 550만달러(약 78억원)였다. 이방카 트럼프는 2021년 워싱턴을 떠났지만 여전히 집은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임대료로 월 1만8000달러(약 2600만원)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방카 트럼프 저택은 638㎡(약 192평) 부지 위에 침실 6개, 욕실 7개, 벽난로 5개 등을 갖춘 건물과 정원 등의 구조다. 저택 외관은 미국 식민지 시절 저택 양식인 콜로니얼 스타일로 새하얀 벽과 파란 창문의 조화가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부는 럭셔리 가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모던한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제계의 거물로 불리는 유명 기업 창업주나 CEO도 칼로라마 주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이 대표적이다. 베이조스 의장의 저택은 칼로라마에서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한데 부지 규모만 무려 2508㎡(약 2078평)에 달한다. 과거 박물관으로 사용됐던 해당 저택은 현재 워싱턴DC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택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베이조스 의장은 해당 저택을 2016년 2300만달러(약 330억원)에 매입했다.
칼로라마 주민 중 또 다른 경제계 인사로는 글로벌 통신사 블룸버그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있다. 과거 칼로라마 주민이었던 인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과거 칼로라마에 저택을 보유했던 인물로는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워랜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의장 등이 있다.
'강력범죄 0건' 워싱턴DC의 유일한 청정구역, 연 학비만 수천만원 '럭셔리 사립학교' 즐비
미국 내 1% 엘리트 인사들이 여럿 거주하는 만큼 칼로라마 평균 소득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올해 1월 기준 칼로라마 주민 연 평균 소득은 13만달러(약 1억8000만원)으로 미국 전체 평균 6만5000달러(약 9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의 다른 부촌들에 비해 평균 소득이 압도적으로 높진 않지만 주민 대다수가 미국 권력의 핵심 인물들이란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영향력만큼은 미국 최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칼로라마는 인프라와 환경적 입지가 매우 뛰어난 편인데 특히 교육 환경은 미국 부촌들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칼로라마 인근 대표적인 공립학교인 마리 리드(Marie Reed)는 워랜 버핏과 짐 헨슨, 프랭크 리치 등이 졸업한 학교로 유명하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 딸인 나타샤 오바마가 졸업한 시드웰 프랜즈 학교(Sidwell Friends School)는 미국 사립 학교 랭킹 14위에 오른 학교로 연 학비만 5만달러(약 7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로라마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워싱턴DC의 유일한 '청정구역'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워싱턴DC는 2023년 기준 살인사건 피해자만 10만명 당 40명에 달했다. 미국에서 4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23년 칼로라마에서는 살인, 강도, 폭행 등의 범죄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들 중 상당수가 전직 대통령,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이라 퇴직 후에도 국가로부터 신변을 보호 받는데다 경찰과 보안요원들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범죄 청정구역이 됐다.
칼로라마는 세금 측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재산세 및 부동산세가 미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워싱턴D.C.의 재산세율은 0.56%로 미국 평균(0.9%)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가깝다. 부동산 세금의 경우 2건 이하의 주거용 부동산 보유자는 현 시세 기준 100달러(약 14만5000원)당 0.85달러(약 1200원)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저택(810만달러)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 6만8850달러(약 9000만원) 부동산세가 나온다. 미국에서 120억원대 저택에 거주하는 대가로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미국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칼로라마는 원래부터 인기가 많은 곳이었지만 2016년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등 정치 거물들이 들어오면서 더욱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칼로라마에 들어와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기에 야심 있는 젊은 정치인이나 사업가들로부터 주택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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