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닌 승객 안전 지키는 노동자…승무원에게 ‘운동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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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닌 승객 안전 지키는 노동자…승무원에게 ‘운동화’를”

투데이신문 2025-03-07 14:5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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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등이 7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공공운수노조 등이 7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항공 안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승무원들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승무원들이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을 시작하며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외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이하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전국철도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는 7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승무 노동자의 건강과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불편한 구두가 아닌 편안한 신발과 복장 등으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객실승무원을 비롯해 여객지원 여성 노동자들은 업무 시 굽이 높은 불편한 구두를 신는다”며 “이는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 노동자들의 역할에 비춰볼 때 업무에 필수적인 사항이 아니다. 오로지 사측이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용모 단정’이라는 성별 규범에 따른 규정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무 노동자들은 장시간 비행 시 하루 1만5000보에서 2만보 이상 구두를 신고 일한 결과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며 “수년간 개선을 위해 싸워왔지만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옷, 신발, 복장을 하지 못하고 ‘여성다움’이라는 성차별적 시선 하에 사측이 제공하는 불편한 유니폼과 구두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래 서서 일하는 철도 여성승무원 노동자 대부분은 하지정맥류로 고통받아 왔다. 이에 오랜 투쟁을 진행했고 끝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데 이어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바꿔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등 병원노동자들 또한 투쟁 끝에 편한 운동화 등 편한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됐다.

항공업계에 변화의 물결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제주항공은 하이힐 의무 착용 규정을 없앴으며 진에어에서도 운동화 착용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운동은 해외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2019년 일본에서는 여성들에게만 불편한 신발을 가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트윗이 3만 차례 이상 공유가 되면서 ‘#KuToo’ 해시태그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5년 영국에서는 5~10cm 하이힐을 신지 않아 무보수로 귀가한 서비스업 직원이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다음 해인 2016년 ‘하이힐 강요 금지’ 청원이 일어나기도 했다.

2022년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아 항공사 승무원들이 “나는 스튜어디스 바비가 아니다”며 15년 만에 유니폼 개편된 이후 하이힐 의무착용 규정에 항의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이는 비행 중에는 운동화를 신을 수 있지만 공항과 탑승 중에는 여전히 하이힐을 신도록 하는 유니폼 정책에 저항한 운동이었다.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실제 여성승무원들의 구두. ⓒ투데이신문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실제 여성승무원들의 구두. ⓒ투데이신문

이날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권수정 위원장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예쁘게 보여야 하는 관행 속에서 이미 뒷전이 됐다”며 “단정한 헤어를 위해서 스프레이로 단단히 머리를 고정하고 피부는 환하게 빛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활동적이어야 하고 편해야 할 유니폼은 맵시를 뽐내는 용도로 몸을 속박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성인 동료들에게는 주어지는 편안한 운동화와 작업화의 선택권이 여성들에게는 없다. 신발은 구두 이외에 허용되지 않아서 발은 비틀어지고 대륙을 횡단하는 피로도는 심각하게 가중된다”며 “무지외반증, 척추 뒤틀림, 형태 변형 등은 경중의 차이일 뿐 우리 승무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오랜 시간 안전하고 편한 작업화를 착용하게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권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들어 안타까운 항공 안전사고가 자주 보고 되면서 모든 국민들께서 승무원들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항공사들은 여전히 안전을 최전방에서 책임지고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한 노동자로서 객실 승무원을 인정하기보다 화려한 외모와 서비스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꽃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이다”며 “안전하게 일하고 싶고 건강하게 노동하고 싶다. 오랫동안 승객 안전을 책임지고 싶고 비상 상황에 더 신속하게 대처하고 싶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승객 안전과 직결된 편안한 근무복과 신발 착용 보장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편선화 여성부장은 “승무원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라며 “하지만 우리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승무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유니폼은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으로 인해 불법 촬영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불안한 환경 속에서 이동하는 승무원들은 범죄의 위험까지 노출돼 있다”며 “승무원들은 단순히 편안함을 위해 운동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비상 상황에서 승객을 탈출시키고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기능성 운동화는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편선화 여성부장(왼쪽)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권수정 위원장이 운동화를 신고 있다. ⓒ투데이신문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편선화 여성부장(왼쪽)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권수정 위원장이 운동화를 신고 있다. ⓒ투데이신문

오랜 투쟁 끝에 열차 내에서 꼭 구두를 신지 않아도 되는 철도 승무원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이혜민 용산익산지부장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철도 승무원의 업무는 단순히 열차 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300km나 되는 KTX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열차의 흔들림을 버티고 있다”며 “오랜 기간 업무에 임한 승무원들은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으며 일을 하다가 열차 발판에 미끄러져 홈과 열차 사이로 추락하는 산재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무노동자가 몸이 아파가며 산재로 인정받기 전에, 구두를 신고 다른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기보다 승무원이 안전사고를 걱정하며 불편하게 업무를 하기 전에 노동자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줘야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승무원들의 구두를 운동화로 바꾸는 일은 안전사고 없는 현장을 위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공운수노조는 승무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화장, 유니폼, 구두 등 여러 복무규율이 강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 노동건강권센터 조건희 상임활동가는 “업무 시 굽이 높은 불편한 구두를 신게 하는 것은 일터에 명백히 존재하는 해결돼야 할 위험”이라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으로 미룬 지침이며 자본이 옷과 신발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까지 노동자들을 통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도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권수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캠페인에 대한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많은 동료들이 공감하며 빠른 개선을 바라고 있다. 승무원들은 장시간 노동과 기압 변화로 인해 발의 피로도가 상당하다. 일부 승무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구두가 너무 불편해 사비를 들여 같은 디자인과 색상의 수제화를 제작해 신기도 한다. 그만큼 기존 구두가 불편하다는 의미다. 내부적으로도 운동화가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Q. 회사에서 구두를 제공하는 방식인가.

그렇다. 회사가 유니폼 및 구두 제작업체를 선정하면 승무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사이즈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 볼이나 발 모양 등 개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남성 승무원의 경우, 규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인적으로 편한 신발을 구매해 착용할 수 있지만 여성 승무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남성 승무원들은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제작된 유니폼을 입지만 여성 승무원들은 정해진 사이즈 내에서 선택해야 한다. 저처럼 키가 큰 경우, 유니폼 길이가 짧아도 감수해야 한다.

Q. 최근 항공 안전사고가 증가하면서 승무원의 전문성과 위기 대응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맞다. 그렇기에 운동화 착용이 더욱 필요하다. 비상탈출 상황에서 승객이 하이힐을 신고 있다면 승무원들은 반드시 벗으라고 안내한다. 굽이 비상탈출 슬라이드나 구명보트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승객이 발을 접질려 부상을 입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승무원의 핵심 업무는 ▲비상탈출 지원 ▲대테러·화재 등 대응 ▲환자 등 고객 지원 ▲승객 서비스 네 가지다. 하지만 대개 주로 기내 서비스 역할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내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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