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세계은행(WB)이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을 기존 13.6%에서 3.9%로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정부와 글로벌 경제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수정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세계은행의 잘못된 통계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외신, 심지어 미국 정부에까지 혼란을 초래했음이 지적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3일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대미 실효 관세율을 조정했으며, 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외국계 투자은행(IB)과의 회의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즉각적으로 통계 수정을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IB 대표들은 세계은행의 무역·관세 데이터 분석도구(WITS)에서 제시된 대미 실효 관세율을 근거로 한국의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은행 WITS에는 2022년 기준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은 13.6%로 표기돼 있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무역 및 관세 각서와 관련된 일부 외신의 보도와도 일치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이 0.79%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세계은행이 실효 관세율을 산정할 때 한국의 대미 FTA 우대세율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로 분석된다.
수정된 3.9%라는 수치조차 한국 정부가 추산하는 실효 관세율 0.79%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 WITS는 대미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14.43%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추정치인 13.4%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한국 정부의 수정 요구에 응하면서도 구체적인 오류의 원인이나 계산 방식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통계 오류는 미국 언론과 글로벌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미 정부에서도 불공정한 관세 사례로 인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가 미국에 비해 4배 더 높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세계은행의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세계은행의 실효 관세율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실효 관세율은 0.01%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해외 주요 기관의 데이터 관리와 오류 점검을 상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곡된 통계가 외교 및 통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통계의 신뢰성 확보가 시급하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세계은행 외에도 WTO, OECD 등 다른 국제기구의 관세 관련 지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수정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방침이다.
한편, 이러한 통계 오류의 파장은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일괄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의 관세 정책이 무역 마찰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이 상당하다고 강조하며, 무역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관세 정책의 변화가 소비재부터 시작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러한 변화가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유럽 내 무역장벽 철폐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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