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의 폐지를 예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대하고 있는 약 7조 원 규모의 보조금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
이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삼성전자는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8800억 원), SK하이닉스는 4억 58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보조금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시사로 인해 이 지원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폐지하고 그 돈으로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발로,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안을 폐지할 경우 삼성과 SK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칩스법 폐지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보조금 백지화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각각 파운드리 공장과 AI 메모리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추가 투자 여력은 한정적이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대만 TSMC가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더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대외적인 발언일 뿐, 이미 약속한 보조금을 무산시키기엔 명분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법이 폐지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없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자금 조달과 건설 일정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을 겨냥한 관세 인상 압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 산업 전반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의 4배에 달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산 농산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기본 방침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는 좁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건설과 관련된 민간 주도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해야 하며, 유럽의 AI 데이터 센터와 같은 첨단 산업 육성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 간 경쟁에서 실익을 챙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들은 특히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예고는 한국 기업들에게 심각한 투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미 정부로부터 전체 투자금의 약 12.8%에 해당하는 47억4500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최종 계약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움직임에 따라 이 지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 수령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협상이 단순히 현지 투자 조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한국 기업들의 대중(對中) 투자를 옥죄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칩스법 보조금을 받은 이후 중국을 비롯한 다른 해외 지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에 실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적인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어떤 전략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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