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개인화기가 제재를 우회해 수출된 스위스산 공작기계로 제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위스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표준 소총인 AK-12 칼라시니코프가 스위스 제조사 GF가 만든 정밀 공작기계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SRF는 이 사실을 러시아 측 방산기업이 공개한 AK-12 제작 영상에서 확인했다.
중립국 스위스는 무기를 분쟁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수입국이 재수출하는 것까지 금지할 정도로 군수품 수출에 엄격하다.
문제가 된 공작기계는 군수품으로 볼 수 없지만 전략물자 제조에 전용될 우려가 있어 수출 통제 대상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16차례에 걸쳐 채택된 서방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스위스는 이 공작기계 역시 러시아로 직접 수출하지 않는다. 제조사인 GF도 SRF에 "제재나 수출 통제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러시아가 스위스산 공작기계를 들여올 수 있었던 건 제재를 우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SRF가 러시아 세관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제3국을 경유한 스위스산 공작기계 100대 이상이 러시아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스위스 제조사가 2023년 만든 공작기계 2대는 튀르키예의 한 페이퍼컴퍼니에 납품됐다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SRF는 전했다.
스위스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슈테판 브루프바허 스위스 기계·전기산업협회(Swissmsm) 이사는 "당국이 수행하는 모든 점검과 예방 조치를 준수했다"며 "제3국 구매자가 관여해 범죄를 저지르면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업계와 함께 이 같은 제재 우회를 더 효율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 카티아 글로어 전무이사는 "이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여러 조치를 스위스 기업들이 통합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사 측에서 예방 조처를 더 잘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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