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심영범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인도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했으며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새 시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구 회장은 지난달 24~27일(현지시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의 인도 방문은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구 회장 이전에는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2004년 인도 현지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구 회장의 인도 방문은 인도 시장 내 그룹사들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추가 투자처 발굴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구 회장은 뉴델리의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벵갈루루의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을 구상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또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도 방문해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시장 특성을 반영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 AI 모터 기술을 이용해 세탁물의 종류와 무게를 감지해 맞춤형 세탁으로 인도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사리(Saree)의 옷감을 관리해 주는 세탁기 등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살펴보며 차별적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 IT 산업은 GDP의 7%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인도는 현재 SW 개발자 5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만 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폭넓은 IT 인재 풀을 가지고 있다. 구글, MS, Apple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R&D 거점으로 인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LG는 ’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LG화학(’96년), LG전자(‘97년), LG에너지솔루션(‘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30년 가까이 철저한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해 왔다.
LG전자는 현재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에서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향후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설립을 검토해 산업 발전 주요 거점 3개 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인도를 방문했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웰푸드의 인도 신공장을 찾아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인도 출장 기간 중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과 만나 비즈니스 현안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는 롯데웰푸드를 통해 2004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초코파이 등을 생산하는 제과사업장 롯데 인디아, 월드콘 등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하브모어 등 두 곳의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하브모어 푸네 신공장은 롯데웰푸드가 2017년 12월 하브모어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증설한 생산 시설이다. 공장 부지는 6만㎡로 축구장 8개 크기에 달한다. 기존 구자라트 공장보다 6배가량 크다.
롯데웰푸드는 푸네 신공장의 제품 생산·공급으로 올해 인도 빙과 매출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다. 9개 라인을 가동하는 푸네 신공장은 2028년까지 생산라인을 16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7월 인도 뭄바이(Mumbai)를 방문했다. IT강국인 인도의 현지 상황을 살피고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도를 찾아 현대차 인도 법인(HMIL)의 현지 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차그룹 간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도는 인구수 약 14억 5000만 명으로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인 경제 대국이다. 또 전체 인구 가운데 25세 미만이 약 40%인 6억 명에 달할 정도로 젊은 국가로 향후 20년간 주력 소비계층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오는 2030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내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인도로 눈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 시장처럼 인도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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