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성진 기자] 매년 1월에서 4월 초까지 전 세계 스타 경주마들이 총집결하는 곳이 있다. 바로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중동 지역이다.
전통적인 경마 시즌인 봄가을은 유럽과 북미가 독점했고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이 11~12월에 국제 경주를 개최하는 전 세계 경마산업의 사이클을 파고든 것이 바로 중동이다.
경마에서 비수기라 할 수 있는 1월에서 4월 초를 공략해 레이스를 개최하기 시작한 중동은 ‘세계 최고 상금 경주’라는 타이틀을 앞다투어 주고받으며 ‘두바이 월드컵’과 ‘사우디컵’을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이자 중동을 대표하는 카니발로 승화시켜 왔다.
이 중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심이자 관광과 금융이 발달한 부호 도시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 월드컵은 1996년 UAE의 총리이자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모하메드에 의해 창설되어 지금은 경마를 주축으로 전 세계 문화예술인과 경제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경제부흥의 장으로까지 성장해 왔다.
오는 4월 5일 열리게 될 ‘2025 두바이 월드컵’은 총 상금 1200만 달러(약 172억 원), 우승마는 696만 달러(약 99억 원)가 주어지는 초대형 레이스다. 이날 함께 펼쳐지는 두바이 시마 클래식, 두바이 골든 샤힌 등 총 9개 경주에 걸린 상금을 모두 더하면 3050만 달러(약 443억 원)에 이른다.
지난 2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는 두바이 월드컵을 향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전 세계 유수의 경주마들의 총성 없는 경쟁이 벌어졌다. 이른바 ‘슈퍼 새터데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두바이 월드컵에 최종 진출할 경주마가 누군지 판가름 할 수 있는 중요한 경주가 다수 개최된다.
한국의 ‘글로벌히트(5세, 수, 김준현 마주, 방동석 조교사)’도 ‘알 막툼 클래식(G2, 2000m, Dir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트리 넘버 7번, 출발 게이트 넘버 4번. 앞선 경주였던 알 막툼 챌린지(1월 25일)에서 최외곽 게이트 12번을 배정받으며 아쉬운 8위에 그쳤던 ‘글로벌히트’에 ‘4번’은 좋은 예감을 주는 번호였다. 물론 좋은 예감은 기초적인 출발 연습부터 다시 시작하며 혹독하게 현지 적응을 마친 후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의 다른 느낌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보여주던 경주전개 스타일과는 다르게 경주 시작부터 중후반까지 집중력과 파워를 유지하며 선행을 지속한 ‘글로벌히트’는 결승선을 약 400m 남겨두고 ‘입이 떡 벌어지는’ 속도로 추격한 ‘임페리얼엠퍼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결승선 직전에는 ‘아토리우스’에 코차로 밀려 3위를 기록했다. 2위 같은 3위에 많은 경마팬들이 아쉬움을 금치 못했지만 ‘카비르칸’, ‘킹골드’, ‘카리브’ 등 인기 마들을 제치고 단 2번의 도전으로 얻은 3위라는 성과는 박수받아 마땅했다.
현지 경주를 생중계한 한국마사회 경마방송(KRBC)과 경주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혜선 기수는 “그동안 느껴왔던 ‘글로벌히트’의 잠재력을 세계 무대에 보여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한국경마의 가능성을 몸소 느낀 계기가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두바이 월드컵을 목표로 했던 ‘글로벌히트’는 아쉽게도 이번 경주를 끝으로 두바이 원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다. 지난 1월 9일 17시간의 비행 끝에 알 막툼 국제공항에 도착해 알 막툼 챌린지와 알 막툼 클래식, 두 경주에 도전한 후 3위라는 쾌거를 가지고 국내에 복귀한다.
이 경주는 KRBC 유튜브 채널이나 에미레이트 레이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김혜선 기수가 활동하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장에서부터 두바이 현지까지 밀착 동행하며 그녀의 일상을 담아낸 KBS 인간극장이 오는 31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같은 날 펼쳐진 잔디주로(Turf)에서 펼쳐진 ‘징슈펠 스테이크스’나 ‘두바이 시티 오브 골드’ 등의 경주에도 전 세계 경마계의 이목이 쏠렸다.
‘징슈펠 스테이크스’에서는 안장번호 기준 1번 ‘카이로(CAIRO)’가 선행으로 치고 나가며 이변의 우승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승선 300m 직전 희비가 갈리며 ‘네이션스프라이드(NATIONS PRIDE)’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과 바레인에서 출전했던 최근 경주에서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네이션스프라이드’는 이번 경주 우승으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게 됐다. 한번 역전당한 ‘카이로’는 연이어 힘없이 밀려나며 6위를 기록했다.
국내 최장거리 경주인 그랑프리(2300m)보다 긴 2410m 경주로 펼쳐진 ‘두바이 시티 오브 골드’에서는 6번 ‘실버크노트(SILVER KNOTT)’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경주 후반 2위인 ‘패션앤글로리(PASSION AND GLORY)’와 점점 더 거리를 벌리며 와이어투와이어로 낙승을 차지했다. 혼전을 거듭하던 3위 자리는 결승선을 150m 남겨두고 추입에 성공한 ‘시헥터(SEE HECTOR)’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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