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 제기 가능성에 전문가 조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의회연설에서 한국과 관련해 '관세' 및 '군사적 도움'을 언급한 것과 관련,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전문가들은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재협상 및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같은 과제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동참할 방법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은 국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4인이 밝힌 트럼프 신행정부의 향후 정책 전망과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조언.
▲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
지금까지는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드물었지만, 이제 점차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계획이 가시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관세를 무기로 해외의 한국 기업체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부분을 압박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위비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급한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협상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일단 직전에 합의된 것이 있고, 당장은 일본과 방위비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것을 더 급하게 여길 수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차원의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주한미군의 역할을 어떻게 변경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하고 북한 김정은과 협상을 하려 할 경우, 북한위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계속 북한위협 대비용이어야 하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북미협상 국면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과 전략 목적의 재조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對) 중국 외교 등 외교안보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 정부의 상황이 확실하게 정해질 때까지는 새롭게 중요한 이슈를 다루기 쉽지 않고, 미국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과도하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지역 차원의 안보와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어제 연설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 비용을 내서 지켜주고 있는데 한국이 뭐하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언제가 됐든 조만간에 본격적인 압박이 올 수 있고, 특히 방위비 쪽의 책임 분담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의회 연설을 통해서 확인됐다.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재협상하자는 것도 괴로운 일이긴 하지만 3개 항목(한국인 근로자 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 틀 내에서 상정하는 거라 막무가내로 올리는 게 한계가 있다.
그것보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의 전개 중단이 되면 심각해진다. 이 두 가지를 건드리면 전임 미국 행정부가 마련했던 확장억제의 기둥을 흔드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큰 타격이 있을까 우려된다. 주한미군 역할도 변경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공군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거기에 맞는 무기 체계와 조직이 필요할 것이고 국방 예산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벤치마킹하면 될 것 같다.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안과 국방비를 늘려 미국 무기를 사는 방안을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식으로 딱 액수를 만들어 준 것이 일본이 했던 방식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거는 동맹국 팔 비틀어서 돈 받아내고 투자 받아내는 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모아서 가고 국방 쪽 우리가 국방비를 늘릴 테니 대신 그만큼 늘리는 비용으로 미국산 무기를 사겠다고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제시한 어젠다가 이루어질 때까지 굉장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조금 바뀌면은 우리가 표적이 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또 트럼프 정부는 미군을 한국에만 묶어놓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미군을 빼는 데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척을 져서 일이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은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이 그려져야 된다. 외형상 협력하는 모습이 나와야 되는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어쨌거나 트럼프가 자랑할 수 있을 만한 그림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은 머니머신이다'라는 등 떠드는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트럼프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맥락을 이해하고 맥락에 대응해야 한다. 표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생각을 해야 한다. 일본처럼 최대한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때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의회연설을 보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굉장히 강하게 추동될 것으로 보이고, 그런 배경에 한국이 언급됐는데 위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 요소도 있다. 첫 번째는 조선업 협력으로 우리가 적극 참여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방한 계기 조선소로 초대해 훨씬 짧은 기간과 적은 비용으로 이지스함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및 관세 불균형 완화 의제를 최우선 고려해 전략적, 외교적으로 답안지를 만들면 역으로 우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방위비 인상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깨는 수준으로 한국을 압박하면 인태지역에 돌아오려는 미국 대전략에 한국이 함께하는데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점을,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함정을 잘 만들면 방위비 인상보다 미국에 더 큰 이익이라는 점을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핵무기 개발 부분은 이미 한국 당국자들이 플랜B(대안)를,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레버리지(협상력)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하려한다면, 한국도 역으로 이 기회를 핵안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핵잠재력 보유든, 디젤잠수함에 미국 핵탄두를 탑재하는 기술 확보든, 다양한 카드를 미국에 제시해 핵안보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 인식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다.
hapyry@yna.co.kr,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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